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성용 Dec 09. 2019

사랑에 관하여 묻는다면


종종 연애 고민을 들을 때가 있다. 이를테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어떻게 다가가야 하죠?', '어떤 사람과 만나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별을 겪었어요. 그 사람을 어떻게 잊어야 할까요.'라는 고민이다. 나는 연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고민은 신중하게 들어주지만, 명확한 답을 주진 못하는 편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들뜬 시기가 나에게도 있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찰나의 눈 맞춤, 작은 미소 하나에도 온종일 행복할 수 있었다. 먼저 손을 내밀었다가 거절당한 밤에는 친구들을 불러 잔뜩 술을 마다. 연인이 되기로 약속한 날이면, 지금은 사라진 어느 술집 벽에 함께 이름을 적어놓기도 했다. 유난히 뜨겁고 어설픈 날들이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이별은 힘들었다.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더 그랬다. 그대가 보고 싶을 땐 노트에 글을 쓰고 구겨 버렸다. 그래도 안되면 쓸쓸한 공원에서 맥주를 마셨다. 그래도 안되면 새벽에 텅 빈 도로를 무작정 달렸다. 그렇게 나 자신과 그대를 탓했었다. 지금은 알고 있다. 우린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사람들이 만나 그런 시간을 보냈고 그런 이별이 있었을 뿐이다.


사랑에 대하여 후회는 없다.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꾹 참았으면 꾹 참은 대로. 모든 것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그러니까 내게 사랑에 관하여 묻는다면, 나는 침묵하며 자리를 지켜줄 뿐이다. 타인의 조언이 아닌 본인의 마음에 귀를 열 수 있도록 말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우리는 특히 사랑에 있어서는 언제나 좋은 선택만 하지 못한다. 나는 사랑이란 무엇인지 모르지만, 사람을 멍청하고 비합리적으로 만드는 행복이라는 것만은 잘 알고 있다. 사랑이란 본래 그런 성질이니까, 굳이 옳은 선택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제가 쓰고 읽은 글을 메일로 보내주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눌러서 저의 메일레터를 구독해보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회복 탄력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