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연애 고민을 들을 때가 있다. 이를테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어떻게 다가가야 하죠?', '어떤 사람과 만나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별을 겪었어요. 그 사람을 어떻게 잊어야 할까요.'라는 고민이다. 나는 연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고민은 신중하게 들어주지만, 명확한 답을 주진 못하는 편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들뜬 시기가 나에게도 있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찰나의 눈 맞춤, 작은 미소 하나에도 온종일 행복할 수 있었다. 먼저 손을 내밀었다가 거절당한 밤에는 친구들을 불러 잔뜩 술을 마셨다. 연인이 되기로 약속한 날이면, 지금은 사라진 어느 술집 벽에 함께 이름을 적어놓기도 했다. 유난히 뜨겁고 어설픈 날들이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이별은 힘들었다.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더 그랬다. 그대가 보고 싶을 땐 노트에 글을 쓰고 구겨 버렸다. 그래도 안되면 쓸쓸한 공원에서 맥주를 마셨다. 그래도 안되면 새벽에 텅 빈 도로를 무작정 달렸다. 그렇게 나 자신과 그대를 탓했었다. 지금은 알고 있다. 우린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사람들이 만나 그런 시간을 보냈고 그런 이별이 있었을 뿐이다.
사랑에 대하여 후회는 없다.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꾹 참았으면 꾹 참은 대로. 모든 것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그러니까 내게 사랑에 관하여 묻는다면, 나는 침묵하며 자리를 지켜줄 뿐이다. 타인의 조언이 아닌 본인의 마음에 귀를 열 수 있도록 말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우리는 특히 사랑에 있어서는 언제나 좋은 선택만 하지 못한다. 나는 사랑이란 무엇인지 모르지만, 사람을 멍청하고 비합리적으로 만드는 행복이라는 것만은 잘 알고 있다. 사랑이란 본래 그런 성질이니까, 굳이 옳은 선택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