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는 인생에 대한 일종의 사례집이자 질문이다.
이번 주에는 밀린 책들을 읽었습니다. 박준 시인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김버금 작가의 <당신의 사전>, 이병률 시인의 <안으로 멀리 뛰기>, 이렇게 세 권이었습니다. 일과 관련된 책만 읽다가 오랜만에 타인의 삶과 감정을 내밀하게 들여다보았습니다.
에세이는 인생에 대한 일종의 사례집이자 질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에세이는 작가가 글을 통해 우리에게 '나는 외로웠어요. 그리고 행복했어요. 당신은 어때요?'라고 묻는 방식입니다. 에세이를 읽는 동안, 우리는 작가에게 대답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글이 아무리 쉽게 쓰여있어도 페이지를 넘기는 일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에세이를 읽는 일은 거울을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펼치고, 그 옆에 나의 이야기를 나란히 놓습니다. 그리고 글에 비추어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묘한 위로를 얻습니다. 이를테면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든지 '나는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아서 다행이야.'라든지 '이런 면에서는 내가 나은 점이 있네.'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조금은 미안해지는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으로 내가 위로를 얻는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특히 나처럼 불안을 비싸게 주고 사는 사람에게는 타인의 사례가 절실합니다. 비교할 대상이 필요하다기보다는 오히려 '공동체 의식'에 가깝습니다. 나와 같은 사람이 나와 같은 환경에서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가를 보고 듣게 됨으로써, 나는 닳고 닳은 외로움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어 왔습니다.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삶의 안식을 찾았던 것입니다.
오히려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나다운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너무도 닮았고 또 너무나 다르기에. 함께이고 싶으면서도 혼자이고 싶기에.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증오하기에. 늘 갈구하면서도 정을 붙이기는 어려운 것이 삶이기에. 그렇기에 우리는 에세이를 읽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