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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Jul 24. 2020

'괜찮아' 일기


윤홍균 님의 책 <자존감 수업>을 다시 꺼내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은 없으나, 스스로가 미워질 때마다 나는 이 책을 펼쳐보고는 했다. 오늘은 이런 문장과 마주했다. <인생을 조금 편하게 살고 싶다면 평소 자신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해줘야 한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남들과 경쟁하고, 비교하고, 비난당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스스로를 이상하고 부족한 사람으로 매도해왔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위로를 해주어야 한다.> 마침 내게 필요한 말이었다.


그래서 '괜찮아'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괜찮아' 일기를 쓰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오늘 겪은 일을 적는다. 그리고 그 일을 떠올리면 어떤 감정이 생기는지 적는다. 마지막으로 "괜찮아"라고 쓴다. 참 간단하다. 이렇게 간단한 일인데도 나는 왜 그리 스스로에 대한 위로를 아끼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팟캐스트를 녹음했다. 호기롭게 시작했으나(실은 오랫동안 망설였지만) 어떤 일이 그렇듯 쉽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매끄럽고 속 시원하게 진행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갑자기 사람이 달라질리는 없었다. 말솜씨가 부족한 것인지,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내 생각에 깊이가 없는 것인지(어느 쪽이든 좋지 않을뿐더러, 둘 다인 듯 보이지만)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괜찮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지금껏 그래 왔다. 나는 조금씩 적응해나갈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쓰니, 명치 부근에 있던 긴장이 조금 풀렸다. 내친김에 하나를 더 써본다.


"이번 주는 일이 바빴고, 내 기대만큼 해내지 못했다. 양가감정이 들었다. 기대만큼 해내지 못한 나 자신에게 실망하는 한편, '아니야, 너는 잘못이 없어.'라고 스스로에 대한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도 했다.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파도에 몸을 맡긴 것처럼 멀미가 났다. 나는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는 종류의 사람인지 의심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괜찮다. 그것은 누구나 갖고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이런 고민은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면이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부족한 면을 발견한 것에 오히려 감사하자. 진실에 눈을 가리고 도망가지 않았음에 기뻐하자."


여기까지 쓰자 마음이 후련해졌다.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나 자신을 위로하는 법을 훈련해보려 한다. 이제는 나 자신을 사랑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가 온 것이다. 그동안 나 자신을 너무나 미워하고, 밀어붙이고, 괴롭히며 살아왔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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