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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Apr 14. 2021

다시 살아가려는 힘

글쓰기의 원동력


어제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어로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전해왔으나, 인터뷰이로서는 거의 처음이었다. 감사하게도, 이번에 출간한 책과 글쓰기 활동에 대해 듣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어 경험이 있으니 인터뷰이도 잘 해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시간이 다가올수록 부담감이 커졌다.


우리는 합정역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서 민망하긴 했지만, 전해주시는 질문에 정성껏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다시 한번, 나는 순발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좋은 대답을 해내려면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걸까. 답변하는 도중에도 '이렇게 말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나마 제대로 대답했다고 느낀 질문이 있었다. 정여울 작가는 '우울함'을, 한강 작가는 '절박함'을 원동력 삼아 글을 쓴다는데, 나의 경우는 어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다시 살아가려는 힘이 필요할 때 글을 써요. 마치 우울한 사람이 다시 살아보려고 방 청소를 하는 것처럼요. 그동안 널브러져 있던 감정들,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생각들을 모아서 글로 정리하는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글 쓰는 과정이 그렇게 즐겁진 않아요. 오히려 괴로울 때가 많아요. 그런데 글이 완성되었을 때 기분이 후련해요. 내일부터는 다시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마치 방 청소를 끝낸 사람처럼요."


이 말을 하고 나서도, 막 옷장 정리를 끝낸 사람처럼 후련했던 것 같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살아가려는 마음이 들 때 글을 쓰는 건지, 글을 쓰니까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기는지 말이다. 그러나 이 둘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 해도, 내가 살아가는 한 나는 쓰는 인간일 테다.


한동안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말들을 전해줬다. 나 자신보다도 나를 더 살펴주시니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다시 씩씩하게 잘 살아갈 것이다. 겨울 동안 보이지 않던 파란 나뭇잎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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