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쌀쌀했다. 패딩을 입기에는 덥고, 코트를 입기에는 추운 날씨였다. 오후 2시 50분, 한강진역 근처 카페에 도착했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촬영지라고 한다. 어른이 된 두 주인공이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을 찍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터뷰 장소를 이곳으로 선택했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왔는데도 나의 인터뷰이는 이미 도착해있었다. 첫 인터뷰였다.
'인터뷰어는 처음이니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자, 그는 '저도 인터뷰 당해보는 건 처음입니다.'라고 답했다. 영상감독이었다. 그리고 촬영지 여행가였다.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를 여행하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퀄리티와 정성이 예사롭지 않았다. 나는 그가 올린 영상을 보자마자 곧바로 연락을 해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는 2시간 정도 진행됐다. 질의응답이라기 보다는 대화하며 알아가는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인터뷰이는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나는 중간중간에 '그러니까 요약하면 이런 말씀이지요?'라며 인터뷰이가 한 말을 정리하거나 '아, 정말 그러셨겠군요.'하고 맞장구를 치는 정도였다. 인터뷰는 꽤 알차고 깔끔했다. 인터뷰어로서 잘했다기보다는 인터뷰이가 알아서 숟갈로 떠먹여 준 모양새였다.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해주셨다. 첫 인터뷰에서 이런 인터뷰이를 만난 건 어쩌면 행운이 아닐까 싶다.
훌륭한 인터뷰이를 만나면 무엇보다도 책임감이 생기더라. 그의 열정과 진정성을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전해야 한다는 기분이다. 인터뷰를 끝내고 오는 길이 조급했다. 바이브(Vibe)가 사라지기 전에 얼른 글로 쏟아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마치 웃옷을 광주리 삼아 주옥같은 말들을 가득 담아두고 있는 꼴이었다.
오늘부로 세 가지를 희망하게 됐다. 첫 번째는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는 것이며, 세 번째는 나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지막으로 오늘 인터뷰이의 한마디를 남긴다. 앞으로 나올 인터뷰들을 기대해주시길!
"누군가에게 강요하고 싶진 않지만, 남들처럼 똑같이 여행하지 않았으면 해요. 사람들은 모두 다르잖아요. SNS나 친구나 가족들이 원하는 여행보다는 자신만의 여행을 떠난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요즘 기분이 좋아요.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저만의 것이 생긴 것 같아서요." - 촬영지 여행가 제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