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가 말하는 '본래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성품'이란 각자 타고난 내면의 순수한 성품이다. 이는 위에서 말한 장자의 '마음속 마음'과 같은 본래의 순수한 자아인 '참모습'이다. 이것에 모든 것을 맡길 때 귀와 눈뿐 아니라, 인위라는 고귀한 가치가 완연하게 살아나는 것이다."
- 안희진 <장자인문학>
요즘은 가볍게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깊이 고민하지 않고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바로 말하는 것이다. 듣기에는 그게 어려운 일인가 싶을지 몰라도 막상 해보면 잘 안된다. '지금 이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 혹시 상대방이 싫어하지는 않을까?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어떻게 말해야 좀 더 반응을 보일까?'와 같은 것들을 고민하다가 정작 말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하고픈 말을 꾹 삼키면 아쉬운 마음이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다. 그만큼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문체라든지 구성이라든지 교훈이라든지, 뭐 그런 것들은 잠시 잊어버리고 친구에게 말하듯 일단 생각나는 대로 문장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그동안은 석고상을 조각하듯 예리하고 섬세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단어를 고르고 감정을 최대한 꾹꾹 눌러 담아가며 밀도 있게 썼다. 완벽한 글을 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는데 나중에는 그게 글쓰기를 막막하게 만들기도 했다. 글 또한 말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 그것이 본질이라면 글쓰기는 으레 이토록 가벼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말과 글을 편하게 대하다 보니 삶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다. 부담이 줄었다고 해야 할까. 이전의 나보다 좀 더 내가 되어간다고 느낀다. 그동안은 옷을 겹겹이 입고 액세서리로 잔뜩 치장한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한결 가볍고 편한 복장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는 기분이다. 전보다 웃음도 많아졌다. 조금 바보 같은 웃음이라도 괜찮았다. 늘 긴장해서 뻣뻣하게 굳어있던 얼굴보다는 나았다. 화가 나면 화도 내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한다. 슬프면 슬퍼하고, 두려우면 두렵다고 쓴다. 그러면 금방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성숙한 사람이 된다는 건 오히려 어린아이가 되는 것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어쩌면 어른이 되어가는 여정에는 어딘가 반환점이 있는 게 아닐까. 무거운 짐들을 하나둘씩 짊어지며 악착스럽게 나아가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필연적으로 하나둘씩 내려놓는 날들이 오는 것이다. 하루하루에 충실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던 언젠가의 나, 잃어버린 나의 모습을 찾기 위해 지나온 길을 되돌아 걷는 것이다. 요즘은 그런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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