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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Jun 18. 2019

나의 취약함을 드러낸다는 것


누군가가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그나마 지나는 사람도 바쁜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저 사람은 왜 밖에 나와서 노래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찰나에, 나 또한 그녀의 목소리를 지나쳐다. 녹음실로 향하는 길이었다.


얼마 전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다. 무엇보다도 녹음된 나의 어눌한 목소리와 발음을 들어주기가 참으로 고역이다. 말로만 떠들던 약속을 지켰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나의 바보 같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려니 기분이 혼란다.


팟캐스트는 내가 쓴 글을 읽고 담담히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한 편에 10분도 안 되는 짧은 길이지만, 그 속에는 내가 주저하는 모습, 떨리는 목소리, 뭉개지는 발음, 어색한 침묵, 체념 같은 숨소리가 모두 들어가 있다. 자신을 드러낸다는 일은 언제나 뻔뻔함이 요구된다지만, 어쩐지 누구든 듣지 않기를 바라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냥 이런 거 안 하고 살아도 되잖아. 브런치에 글도 쓰지 않고, 뉴스레터에 힘들이지 말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팟캐스트도 안 하고. 그러면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나의 어눌한 모습을 아무도 모를 텐데 말이야.' 그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의 취약한 모습을 드러낸다는 건 이런 질문을 하나씩 버텨내는 과정이었다.


내 마음은 살면서 필연적으로 얻은 상처로 가득하다. 하지만 상처를 감싸고 숨기는 행위는 치유를 지연시킬 뿐이었다. 나 자신을 드러내려는 이유는 그저 상처가 빨리 아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일단 던지고 보는 것. 상처를 얻고 빠르게 치유하는 것. 러면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었나. 무심한 관객 사이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 그녀의 마음으로, 나는 계속해서 나의 취약한 마음을 드러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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