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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용 Oct 25. 2018

기내식의 미학

 

비행 중에는 기내식을 꼭 챙겨 먹는 편이다. 기내식이 가진 매력 때문이다. 사실 이동수단 안에서 음식을 먹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길고 지루한 비행시간에서 기내식은 새로운 자극을 주기 충분하다. 항공사마다, 출발하는 나라마다 특색 있는 기내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어떤 메뉴가 나올지 기대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기내식은 크게 ‘Non-Veg’와 ‘Veg’로 나눌 수 있다. 대게 메인디쉬와 차가운 샐러드, 스펀지케이크, 모닝빵과 버터로 구성되어있다. 메인디쉬의 경우, 밥과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소스가 있는 고기 볶음류나 스테이크, 파스타 정도가 제공된다. 메인디쉬는 치킨 요리가 많은데,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밥은 익힘 정도가 높고,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상공에서도 쉽게 소화할 수 있다. 스펀지 케이크는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젤라틴 성분을 넣어 단단함을 유지하도록 만든다. 대한민국 국적기에는 종종 고추장 튜브가 제공되기도 하는데, 입맛이 없을 때 밥에 비벼 먹으면 매우 맛이 좋다. 대부분 기내식은 고지방, 고열량에 간이 센 편이다. 기압이 낮은 상공에서는 감각이 둔해져서 지상보다 훨씬 싱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기내식을 먹을 때, 기내 음료로 맥주와 얼음 컵을 요청한다. 맥주를 마시는 이유는 장거리 비행에서 피로를 완화해주고 잠들기 편한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기내에서 제공하는 맥주는 대부분 탄산이 많은 ‘라거(Larger)’기 때문에 차가운 온도가 중요한데, 카트에 실려있는 맥주캔은 시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조금 묽어지더라도, 얼음 컵에 맥주를 부어 시원하게 마시는 것이 좋다. 좁은 선반에서 기내식을 먹다 보면 음료가 쏟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커피와 차를 위한 무거운 머그잔에 음료 컵을 넣으면 이를 방지할 수 있다. 모닝빵은 따뜻한 상태에서 승무원이 직접 집게로 집어주며 조그만 버터와 함께 제공된다. 플라스틱 칼로 반을 갈라 버터를 발라 먹거나, 샐러드를 넣어 샌드위치로 먹을 수도 있다.


종종 승객이 기내식을 한 번 더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기내식은 승객수에 맞춰 실리기 때문에, 이때는 노쇼(no-show) 승객이나 여유분을 준다. 개인적으로 두 번을 먹어본 경우는 없는데, 하나로도 충분히 배가 차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항공료를 아끼는 대신 기내식을 포기하겠다고 답한 여행자의 비율이 평균 49%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한국인은 이에 절반인 24%만이 기내식을 포기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마음대로 음식을 구매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내식은 여행의 순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점에서 분명 강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한 항공사에서 기내식이 지급되지 않는 사태와 하청업체 대표가 자살하는 일이 있었다. 기업의 이해관계로 불거진 문제가 하청업체와 승객에게 돌아온 것이다. 기내식을 먹지 못한 승객에게 30달러 쿠폰을 지급했다고 한다. 어느 칼럼의 당부처럼, 부디 여행의 설렘을 돋우는 ‘기내식의 매력’을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항공사가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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