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과자 말고 구움과자

다년간 수집해 온 구움과자 맛집에 관하여

by 조세핀


'Crossword' drawing by @kyometer_

오늘은 구움과자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특이하게도 구운과자가 아니라 구움과자다. 구움+과자...(명사+명사의 조합이다) 구운과자보다는 구움과자가 어울리는 그것들은 마들렌, 휘낭시에, 쿠키를 말한다. 구움과자에 대한 묘한 집착이 시작된 건 이 동네로 이사오고 난 이후부터인 것 같다. 이 동네는 빵집이 아주 많은데, 그만큼 맛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다들 뭔가를 만들려고, 특별한 것을 만들려고 한다.








휘낭시에. 버터를 살짝 태워 만든 빵이다. 무슨 버터가 들어가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내가 먹은 휘낭시에 중에 가장 맛있었던 건 단연코 내방역에 있는 <메종엠오>의 휘낭시에다. 휘낭시에는 그 빵의 두께도 매우 중요하다. 너무 두꺼우면 파운드케이크 같고, 너무 얇으면 비스킷 같아진다. <메종엠오>의 휘낭시에는 적절한 두께에 풍미있는 버터, 바삭한 모서리와 쫀득한 몸통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그 휘낭시에가 1등이다. 그리고 어떤 빵에서 간혹 느껴지는 그 기름의 뭐랄까 메슥거림도 없다. 휘낭시에를 파는 집은 많지만, 최근에 간 <과자방>이라는 곳의 휘낭시에도 정말 맛있었다. 비록 내가 먹어본 것은 버터 플레인과 소금초코 뿐이지만, 그 소금초코가 꽤나 맛있었다. 크게 달지 않은 초콜릿으로 휘낭시에의 겉면을 감싸고 그 위에 눈처럼 소금을 뿌려 초콜릿의 단맛과 깊이감을 확 끌어 올렸다.


'Three Madeleines' drawing by @kyometer_



마들렌. 마들렌은 유명한 소설책이 있지 않은가? 마들렌 냄새를 맡고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바로 그 책이다. 책을 보진 않았지만 음... 마들렌이라면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름부터 너무 예쁘지 않은가. 마들렌은 플레인 마들렌, 얼그레이 마들렌, 초코 마들렌, 레몬 글라쎄 마들렌 등이 있다. 나중에 마들렌 집을 열면 가게 이름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고 하면 좋겠다. 레몬 글라쎄 마들렌은 레몬의 맛을 남기면서도 산뜻하게, 그리고 껍질에서 느껴지는 그 향을 살리는 게 관건이다. 조개 모양 판에 반죽을 정성스럽게 짜고, 다 구워지면 판을 쳐서 마들렌을 꺼내는 그런 공장의 기계와도 같은 행동이 어쩌면 베이킹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아직 그렇게까지 맛있는 마들렌을 만나진 못했다.


쿠키. 나는 아몬드가 박힌 초코 쿠키(아망디 오 쇼콜라)를 좋아한다. 이렇게까지 쓰고 보니 내가 초콜렛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많이 먹지는 않는다. 과자를 고를 때 초코가 들어간 것을 좋아하기는 하는 편이다. 내가 최근에 먹은 쿠키 중에 가장 맛있었던 것 우리 동네 빵집의 아메리칸 쿠키다. 정말, 겨우내 나를 살찌게 만든 범인이다. 견과류와 초콜릿이 들어간 아메리칸 쿠키는 겉면은 바삭하고 안은 쫀득하다. 이것도 정말 맛있는데 더 이상 팔지 않는다. 내가 점점 살쪄서 그랬나 싶기도 하고... <미학당>의 자염초코칩 쿠키도 맛있다. <미학당>은 숭실대 쪽에 있는데 언덕을 오르고 올라야 도착한다. 겨우 도착하면 이제 버터 향이 물씬 나는 초록빛 가게가 나를 반겨준다. 몇 개 남지도 않은 자염초코칩 쿠키를 하나 사고 (다음 사람을 위해) 돌아서서 나오면 왠지 뿌듯하다. 여기까지 걸어온 나도 대단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줄 안다는 묘한 자부심과 기쁨도 있다. <레몬드>의 소원쿠키도 맛있다. <레몬드>는 금호동에 있는 가게인데, 어쩌다가 회사에서 알게 된 가게다. 소원쿠키는 안에 화이트 초콜릿이었나가 들어있고 크랜베리도, 견과류도 박혀있다. 이건 겉이 바삭하거나 그렇진 않고 부서지는 재질이지만 들어간 재료들이 조화를 잘 이루고 크게 달지 않다.


맛있는 구움과자집들을 알게 되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다시 한 번 느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반죽을 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양이 다르면 맛이 달라지는 게 베이킹이기 때문에 맛있는 과자를 먹으면 얼마나 신경 써서 만드는지가 느껴진다.


부디 내가 사랑하는 그 가게들이 그 자리에 잘, 오랫동안 있기를 바란다.


*오오사의 초코 마들렌. 굉장히 맛있다. 초코 과자류를 정말 잘 만든다. (2023년 2월 업데이트.)

*파티세리희원의 레몬타르트. 그렇게 찾아 헤매던 레몬타르트 맛집을 찾았다! (2023년 9월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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