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만원...
얼마 전에 아무 이유 없이 대전으로 향했다. 특별히 볼 것도, 기대하는 것도 없었지만 놀러 가 본 적이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가보기로 했다. 이틀 전에 기차표를 끊고 아무런 계획 없이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내 성격상 계획 없이 움직이는 것은 좀 힘들어서 하루 전에, 기차 안에서 대략의 계획을 짰다.
먼저 라멘집에 가기로 했다. 최근 '면탐방'이라는 것을 나름대로 하고 있어서 면을 점심으로 먹기로 한 것이다. 걷는 것을 좋아해서 대전역에서부터 라멘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멀었다. 다리를 두 개는 건넌 것 같다. 발이 무척이나 아파서 스타벅스에 음료 한 잔을 시키고 앉아 있기도 했지만 왠지 불편해서 금방 일어나 다시 걸었다. 겨우 라멘집에 도착해서 왜 걸어오기로 했을까 후회하면서 라멘을 시켰다. 흠... 국물이 너무 많아서 맛이 별로였다. 나의 면탐방 리스트에는 추가되지 못하겠다. 라멘집 의자도 무척 불편해서 후딱 먹고 나와서 가보고 싶은 카페로 향했다. 디저트를 먹을 생각은 아니라 큰 기대 없이 카페에 들어섰다.
카페 안에서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세 가지가 있었다. 우선 인테리어가 좁은 공간임에도 말리부에 있는 별장 거실처럼 되어 있었다. 가구 셀렉션이 마음에 들었다. 두 번째는 소금 빵이었다. 소금 빵이 갓 구워져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 번째는 의자였다. 프리츠 한센의 에그 체어 같이 생긴 의자가 놓여 있었다. 설마 그게 진짜 에그 체어일까?
나는 소금 빵과 커피를 받아 자리를 조금 고민하다가 에그 체어에 앉았다.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의자였다. 굴곡이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안아주었다. 지금까지 편하지 않은 의자에 앉았기에, 많이 걸었기에 생겼던 피로감을 싹 사라지게 해 주었다. 이 의자, 도대체 얼마나 할까 싶었는데 프리츠 한센의 의자는 이천만 원이었다. 이 카페에 놓인 이 친구는 이천만 원은 아닐 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천만 원짜리 의자를 내 작업실(현재 없음)에 놓으려면 연수입이 얼마 정도 되어야 할까. 이천만 원이 있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그 돈을 의자에 투자할 수 있을까? 하는 것과 상관이 있다.
이 의자를 알게 된 것은 예전에 덴마크 코펜하겐의 디자인 뮤지엄에 갔을 때다. 가구 디자인을 포함한 디자인의 성지인 덴마크의 디자인 박물관에는 의자 전시실이 있었다. 의자만 몇십 개 정도 전시해 놓은 그곳에는 의자들이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공산품으로 여겨질 만한 것들이지만 칸마다 놓인 의자를 보니 왠지 각자에게 사연이 있을 것 같고, 집안의 가구들 중에서 크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의자가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젠가는 작업실을 만들고, 언젠가는 저 의자를 갖다 놓을 때가 있겠지. 오늘도 꿈꾸고 또 꿈꾼다. 아, 레이지 보이도 한 대 놓여 있으면 좋겠다. 프렌즈에서 챈들러와 조이가 했던 것처럼 의자를 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