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꽤 찍어 본 사람
혼자 여행 갈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챙겨가는 것이 있다. 바로 카메라다. 카메라는 약 5년 전에 산 미러리스로 최근에는 도통 여행 갈 일이 없어 같은 자리에 놓여 있다. 카메라를 꼭 챙겨 가는 이유는 혼자 여행 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군가와 같이 여행 가면 대화를 하거나 구경하고 감상을 나누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텐데 혼자 여행을 가면 그 빈 시간들을 채워줄 것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쉼 없이 걷고 또 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순간순간 사진이 찍힐 때 느껴지는 그 고요함이 좋기도 하다. 잠깐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까지 들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다 보면 우연찮게 환상적인 장면들이 남기도 한다. 가끔은 연출하지도 않은 멋진 장면들이 카메라에 담겨 괜스레 뿌듯할 때도 있다. 뷰 파인더 안에 담기는 장면들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핸드폰으로 찍을 때도 마찬가지인데, 균형을 맞춰서 찍거나 내가 원하는 모습들이 그대로 담기게 사진을 찍으려고 항상 노력한다. 이렇게 신경 써서 찍지만 연출을 해봐도 주변 환경과 안 어울리는 경우도 있고,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찍히는 사진들이 더 좋아 보일 때도 있다.
찍는 것은 좋아하지만 찍히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색한 것'을 싫어해서 일수도 있겠다. 렌즈 앞에 서면 왠지 어색해지고, 미소도 잘 지어지지 않는다. 그냥 웃고 떠들고 있을 때 찍히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보여서 렌즈 앞에서 능수능란하게 미소 짓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노력의 산물이겠지만, 어떤 사람은 그런 게 힘들다. 찍히는 것이 어색해서 그런지 사람 사진을 또 잘 못 찍어 준다. 누군가 내게 찍어달라고 요청하면, 모르는 사람일 경우 열심히 찍어주지만 (그리고 그 사람은 내가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는 것을 봤을 테니), 아는 사람인 경우 긴장이 된다. 내가 보는 그 사람의 모습과 카메라에 담기는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찍어도 내가 잘 못 찍어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요즘에는 이리저리 사람 사진 잘 찍어주는 방법들을 보면서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여행지에서 걸어 다니면서 찍었던 사진들이 아까워 하나하나 보정해 SNS에도 올리고 엽서로도 만들고 있다. SNS에 올릴 때와 또 인쇄할 때는 색감이 달라져서 수정을 연달아해야 한다. 그래도 이렇게 계속 사진들을 보다 보니 내가 못 봤던 요소들이나 예전에는 그저 그래 보였던 장면들도 애틋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의외로 분위기 있어 보이기도 한다. 올봄에도 꽃 사진을 찍으러 겨우 겨우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이번 봄은 또 그런 사진들로 남고, 그 사진을 찍으며 들었던 감상들도 남는다. 올해는 좀 더 많이 담아야겠다. 눈에도 카메라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