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물을 준비하며 생긴 일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책 출간 데드라인을 북페어에 맞추어 준비했으니 북페어에서 처음으로 책을 팔아보기로 했다. 북페어에서 책을 판다는 것은... 삼일 동안 책을 팔아본 결과 놀랍도록 겁 없는 일이다. 개성 넘치는 독립서점의 큐레이션이라는 필터에서 걸러진 것도 아닌, 그렇다고 (이번 북페어의 경우) 독립출판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만 모이는 것도 아닌,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내 책을 왜 사야 하는지 설득해야 한다. 사막에서 모래 팔기보다 어쩌면 더 이상하고 놀라운 일이다.
독립출판서점 등에서 여는 북페어에는 다양한 창작자들이 모인다. 이번에 참가한 리틀 프레스 페어라는 북페어는 해방촌 등에 위치한 스토리지북앤필름이라는 서점에서 주최한 것이다. 팀에서 참여하기로 한 북페어기 때문에 일정, 위치 등을 고려해 신청했고, 운 좋게 선정되어 부스를 얻었다.
행사 날이 다가올수록 준비할 것이 많았다. 테이블보도 준비해야 했고, 가격 등을 적은 표지, 내용물을 담아드릴 봉투, 사은품, 거스름돈 등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필요한 물품들을 챙겼다. 박스로 들고 가면 무거울 것 같아 캐리어에 책과 물품들을 하나씩 정성스레 챙겼다. 혹시 나 돈 많이 버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조금 넣었다.
도착한 북페어 장소는 벌써 준비 중인 제작자들로 북적였다. 각자 소중하디 소중한 책들을 한 권씩 진열하고,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을지 이리저리 꾸미고 정리했다. 나도 겨우 정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기에 책을 냈고,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북페어 첫 날인 금요일 오전,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오지 않자, 어디선가 주워들은, 장사에는 '개시'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의 옆자리 부스들부터 개시할 수 있도록 구경을 갔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것을 한 개씩 구매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데 억지로 산 것이 아니라, 우리 라인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나의 마음을 어딘가 건드리는 책들을 내놓아서 마음이 동해서 샀다. 하나씩 사고 대화를 하니, 조금은 이곳에 적응한 기분이었다.
고대하던 첫 손님이 오고, 책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또 설명하고, 과연 사실까?라는 마음이 한편에서 비져 나올 때 즈음 첫 판매가 이루어지면 그 순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놀랍다. 사막에서 모래를 팔았으니,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이뤘으니 조금 더 용기를 내본다. 책을 내려두고 떠나는 손님이 늘어갈 때마다 용기가 소진되지만 그래도 웃으며 놀러 와 주는 친구들, 다른 셀러 분들, 책 소개 정도는 들어주시는 손님들 덕분에 용기와 열정 포인트를 채워가며 서 있는다.
삼 일간의 일정이 끝나고 돌아보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누군가는 많이 팔았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경험치를 쌓았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한 번으로 족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다음에 혹시 참여할 수도 있으니 이번 북 페어에 대해 참가자로서 나름의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셀러로서
1. 책을 너무 많이 들고 왔다.
2. 눈에 확 끌리는 이미지를 더욱 많이 배치했으면 좋았겠다.
3. 내용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끌리게 말할 수 있도록 고민했으면 좋았겠다.
4. 책을 사지 않더라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5. 스티커에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스티커도 팔 것을 그랬다.
6. 부스를 조금 더 화려하게 화사하게 상큼하게 꾸몄으면 좋았겠다.
7. 남자 직원과 말하기가 더 편한 구매자가 있을 수 있으니 남자 직원도 가끔 와서 앉아 있으면 좋았겠다.
8.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배치했으면 좋았겠다.
9. 북페어에 참가하기 전에 팔로워를 늘렸으면 좋았겠다.
북 페어 자체로서 손님이 더 많이 왔으면 좋았을 것 같고, 동선도 더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모든 것은 끝났으니 다 '그럴 수 있지'로 지나갔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 책을 읽고, 구매한 첫 손님은 잊을 수가 없다. 꿈에도 나올 것 같다. 독자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하는 일 모두 다 잘되시기를 기도해본다.
그렇지만 결국, 수십 다발의 코드 중에 하나라도 맞으면, 살 것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수십 가지의 취향과 펼친 책의 한 단어라도 맞으면 살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코드가 맞는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멀리 널리 나를 뻗쳐서 내 코드는 이런 코드다라고 알리고 또 알리고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리다 보면 3일 안에 안 올 수도 있지만, 온다. 누군가는 온다. 기상천외한 타이밍에 온다. 한 마디도 설명하지 않아도 책만 읽고 사는 사람이 온다. 나는 그 사람을 기다린다.
에이, 그래도... 어쩌면 무난한 코드로, 사람들이 다들 좋아하는 노래로 부르는 것이 좋겠지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무엇이 답인지 나도 모른다. 모를 수도 있지 뭐. 아직도 사실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