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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세핀 Aug 24. 2022

멋진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왓챠를 둘러보다가 한참 전에 보관함에 담아 둔 드라마를 발견했다. 아리무라 카스미 주연의 <전과자 신참 보호사 아가와 카요>라는 일본 드라마였다. 최근 '해리 스타일스 카디건'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는 탓에 슥 스쳐가듯 볼 드라마가 필요했고, 그래도 아는 얼굴이기에 드라마를 틀었다.


 내용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죄를 짓고 감옥에 다녀온 사람, 즉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호사'라는 역할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는 이 신참 보호사가 만나는 여러 전과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보호사'는 전과자가 출소를 하면 거의 가장 먼저 만나는 일반인으로 감옥에서 시간을 보낸 전과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가와 카요 보호사는 이 보호사 일을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었는데, 출소한 사람들이 집으로 찾아오면 '오카에리 나사이'라고 인사를 하고, 따뜻한 소고기 덮밥을 만들어 준 후 가능하면 목욕탕에 가서 세신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오카에리 나사이'라는 인사가 한국말로는 '어서 오세요'라고 하는데, 내 느낌에는 '집에 잘 돌아왔다. 이 세계로 잘 돌아왔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의 글을 쓸 때도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들을 쓸 때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이 과거가 있는 인물이다. 과거가 있는 인물을 그리면 내용이 풍성해지지만 잘못을 저지른 과거가 있는 인물을 그리면 읽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의 비난을 받기가 쉽다. '저런 놈을 도와줘? 저런 사람이 행복해져야 해?'라는 의문은 나도 가질 수 있고, 그럼 몰입감도 깨지고 자칫하면 범죄자를 옹호하는 글을 쓰게 될 수도 있다. 이 드라마는 그런 면에서 다들 어떠한 사정이 있어서 법의 심판 위에 올랐고, 처벌을 받았다는 설명을 비교적 자세하게 해 준다. 물론 어떤 에피소드에는 형을 살다 왔어도 아직도 본인의 죄를 깨닫지 못한 것 같은 사람도 나오지만 주인공은 애매하게 남겨 둔 어떤 매듭을 푸는 것에 집중해서 기적적으로 전과자가 비로소 자신의 죄를 이해하게 한다. 에피소드를 모두 보다 보면 돈도 받지 않고, 어쩌면 생명의 위협도 자주 느끼며, 항상 진심으로 보호대상자의 갱생을 바라는 주인공을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된다.


https://pedia.watcha.com/ko-KR/contents/tR5Kgwp


 최근에 이러한 전과자의 사회 복귀가 일본 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와 비슷하게 전과자를 다룬 영화인 <멋진 세계>를 얼마 전에 영화관(아트나인)에서 봤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초등학생 때부터 야쿠자로 살아온 남자로 13년 동안 감옥에 있다가 출소했다. 이 남자가 감옥에 갇힐 수밖에 없었던 죄명은 살인죄로 영화에서 자세한 과거가 나오지만 다른 야쿠자로부터 자신의 아내를 지키기 위해 그랬다는 설명이 있다. 전야쿠자이자 전과자인 미카미는 어떻게든 사회에 적응해보려고 애쓴다. 자신을 복지 시설에서 두고 갔던 어머니를 찾기 위해 방송국에 자신의 수감 일지를 보내기까지 한다. 아마 어머니를 찾으면 자신이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어느 정도 설명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기도 하다.


 만료된 운전면허증을 다시 발급받기 위해 연수도 받고 시험도 보지만 왠지 잘 되지 않는 것 같고, 일을 구하지 못하면 구하지 못할수록 매달리게 된다. 욱하는 성격 때문에 혈압은 계속 오르고, 불의를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또다시 폭력적인 행동까지 하게 된다. 일련의 사건들 이후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평범해져야 한다는 조언들 아래 새로운 직장을 찾는데... 과연 이곳에서 그는 마침내 한 명의 사회인이 될 수 있을까?


 2020년에 개봉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상영 중인 영화기 때문에 후반부의 내용은 조금 덮어두고 싶다. 영화관에서 GV와 함께 본 영화라 감독인 니시카와 미와와 문소리 배우의 대화도 함께 들을 수 있었는데, 니시카와 감독에 따르면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한 감도와 생각이 나이에 따라 조금 다르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은 조금 절망적이라고 느꼈다고 하는데, 나도 아직 젊은가 보다! '평범해져야 해. 이 사회에 적응하려면!'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불의를 보고 참으세요. 심호흡하세요.'라는 말을 되새기게 하는 이 쇠창살 밖 멋진 세계가 씁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포스터의 이미지가 저렇게 구성이 되었나? 감옥에서 나와서 새로운 감옥으로 들어가는 그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GV 이후에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짧아서 질문을 많이 건네지 못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 떠올렸던 궁금증들을 아래로 살짝 적어 놓는다. 항상 시간이 부족한 GV지만 니시카와 감독과 문소리 배우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 무언가를 꿈꾸는 듯하면서도 실행하려는 노력이 빛나는 눈빛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나도 오래도록 그런 눈빛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감독님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파랑, 노랑 이런 명확한 이름을 가진 색이라기보다는 진파랑, 연파랑 같이 더 세밀하게 파고드는 주제를 제시한 것 같다. 영화를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어떻게 정해가시는지?

- 생각보다 많은 분량을 소화하지 않았던 나가사와 마사미 배우, 그렇지만 나올 때마다 스크린 너머 관객들에게 고함을 치는 듯한 대사를 소화했는데 이 배역의 의미가 있을까요?

- 나가노 타이가가 마지막에 '곤란하다'라고 소리치는데, 그의 이런 대사는 예상했던 대사는 아니었다. 이런 대사에도 혹시 의미가 있을까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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