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레터의 뒷 이야기
서랍 속에 여전히 꼭 간직하고 있는 편지 봉투가 있다.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생일에 엄마가 선물로 현금을 넣어 건네준 봉투다. 봉투 겉면에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 주저하지 말고.‘라는 말이 적혀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 봉투는 엄마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건네준 봉투가 되었다.
그 때문일까? 나는 이 말을 엄마의 유언처럼 여기며 매일 생각한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내가 지금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뭐지? 내가 뭘 어째야 하지?' 이런 고민이 들 때 가만히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 많은 편이라 돌다리를 부서질 때까지 두드려보고 건너곤 했는데, 엄마의 이 말을 생각할 때면 꼭 해야 하는 일은 주저하지 않으려고 해보기도 한다. 알겠지만 정말 쉽지 않다. 본성이 그래서 그렇다. 그래도 엄마가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펜으로 꾹꾹 적어 준 것이다. 그 순간의 엄마의 진심이 글씨를 볼 때마다 느껴진다. 그래서 걱정의 농도를 점점 옅게, 고민보다 고! 하는 빈도를 늘려 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돌아보면 그래도 꽤 많이 변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항상 그런 생각을 해왔다. 필요한 것은 정말로 필요할 때 주어진다고. 블루 레터에 나오는 사람처럼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순간에 누군가가 따뜻한 말을 건네면 어떨까. 그 말이 어쩌면 그 사람의 목숨까지도 살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글에서는 조금은 환상적인 방식을 택했지만 말이다. 게다가 우리는 결국에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까. 누군가 힘들 때 내가 힘이 되어주면 내가 힘들 때도 누군가 힘이 되어주겠지라는 조금은 꿈같은 기대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