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외면했던 나에게

너무 늦게 닿았던 위로

by Zov

가끔은 전남자친구 - A를 만나기 전에 내가 이렇게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이따금씩 생각했다. 내가 좀 더 내 과거를 마주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면.


그랬으면 좀 더 의젓한 여자친구로, 좀 더 같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속초 항만의 어두운 밤에서 나는 펑펑 울면서 말했다. 우리는 인연이 아닌가 봐. 라면서 이때까지 애를 썼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붙잡으면 그게 운명이지, 생각으로 살았지만 안 될 운명도 있다는 걸 그제야 받아들였다.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다는걸, 인생 내내 겪어오면서 이번만은 내 마음대로 될 거라는 치기 어린 생각만으로 이 관계를 붙잡았던걸. 사랑은 있었지만, 그게 내가 바라던 크기가 아니라는 것도.


A와 헤어지고 엉겁결에 B까지 만나면서 - 인생이 주는 장난인지, 나는 그 짧은 시간에 두 번의 헤어짐을 겪으면서 그제야 깨달았다.


아, 나는 나 스스로를 도저히 사랑할 수 없구나.


그래서 타인에게 기대고자 했고, 타인의 사랑으로 나를 채우려고 했었구나.


그제야 나는 과거를 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왜 그러는지 찾고 싶었을 뿐이다. 어딘가 모르게 고장 난 채로 계속 살아갈 수 없으니까. 또 마음이 찢어진 채로 살아가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기억 한편에 묻어둔 과거를 찾아가며 헤아려보다가 그때 깨달았다.


사랑받고자 애쓰던 - 이불속에서 웅크려 소음에 숨죽인 아이마저 내가 외면하고 있었구나.


걔는 얼마나 지독하게 외롭고 고독했을까.


그걸 깨달았을 때는 너무나도 서러웠다. 나 이렇게 살았었는데, 나 이렇게 버텼는데. 보상을 주듯 나 스스로 다독일 시간을 주자고 생각 겸 도망 겸으로 속초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를 붙잡고 털어놓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 A가 받아 줄 거란 기묘한 확신만 가진 채 그에게 전화했다. 헤어지고 나서 처음 건 전화였다.


속초 항만으로 가는 길에서 나는 하염없이 울며 거리를 걸었다. 밤 어둠이 날 가려줘서 스스로 눈물을 참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게 너무나도 서러웠다. 이제야 과거를 마주하고 털어놓을 데라고는 영원히 내 곁에 있어줄 것처럼 굴었던 B도 아니었고, 이미 헤어져 남이 되어버린 전 남자 친구인 A라는 사실이.


어설프게 얼기설기 과거의 조각들을 이어 말하는 내 이야기를 듣던 A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조용히 말했다.


수고했어. 고생 많았네.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한참을 게스트 하우스 앞 조용한 마당에 앉아 있다가 침대 안으로 들어가 울음을 숨죽여 참으며 그제야 처음으로 겨우, 마음껏 울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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