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언제 필지는 아무도 모른다

타이밍은 아무도 모르니까

by Zov

글을 써 내려가는 동안에 일상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외로웠고, 인스타 스토리로 마주치는 옛 인연들은 나 없이도 잘 살고 있어 보였고, 설상가상으로 데이트 상대로 생각했던 애조차도 정이 떨어질 정도의 별로의 인연이라, 너무나도 짜증이 나 있었다.


그저 일을 하고, 회사를 다녀오고, 운동을 다녀오고, 운동을 가지 않는 날에는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쉴 새 없이 써 내려갔다. 드문드문 기억을 더듬는 것보다 글을 쓰면서 일일이 기억을 찾아가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글을 쓸 때는 나 자신도 덤덤하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연속으로 세편을 써내라고 나서야 지친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글을 써 내려가는 자체가 신기했다. 그전에 회사 일로만 하고 오면 지쳐서 침대에 누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콘텐츠의 스크롤에 빠져 살기 바쁘고, 자기 계발이라는 명목 하에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는 시작을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다 곧장 유튜브나 자극적인 기사로 빠져들었으니까.


말하기에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집이 굉장히 더러웠다. 먹고 남은 음식물에 곰팡이가 피었고, 바닥에는 머리카락과 비닐봉지들이 널려 있었다. 입고 난 옷 들고 침대나 의자 위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집을 치우게 된 계기는 정말 사소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 책상 위에 쌓인 배달 음식 용기를 버렸다. 타이핑을 칠 수 있을 정도의 공간만 찾자, 라면서.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침대 위 선반도 지저분해 보여서 치우고, 화장대도 하나씩 버리면서 스스로의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여전히 회사 일은 바쁘고, 혼자서 지냈다. 홀로 사는 집에서 나는 외로움을 느꼈고, 가끔은 왜 나만 이렇게 살아야 하지?라는 서러움과 분노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다. 그날도 지나간 인연이 스토리로 데이트를 한 스토리를 보자 짜증이 밀려왔다. 감정을 아무리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사소한 순간에 감정이 울컥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왜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다 나를 짜증 나게 만들까. 내가 많은 걸 바라지도 않았는데. 그냥 꽃 몇 송이면 되는 건데, 그게 뭐 다들 버겁고 어렵다고, 좀생이들.


그래서 그날은 지하철에 내려 곧장 꽃집으로 향했다. 집에 둘 꽃 몇 송이를 사러 왔다는 내 말에 사장님은 친절하게 계절에 맞는 꽃을 추천해 줬다. 거베라와 작약. 네 송이를 들고 집에 돌아와 A에게 받았던 - 이미 두 달이 지나 말라비틀어진 장미꽃을 하나씩 떼어 버렸다. 그 와중에 울음을 참지는 않고 - 그냥 말라비틀어진 장미를 버렸다.


집에 나서기 전 작약은 아직 봉오리가 피지 않은 상태였지만, 운동을 다녀오고 집에 돌아오니 활짝 펴져 있었다. 선명한 코랄 색상의 꽃봉오리가 풍성하게 펴져 있었다.


아, 진짜 꽃이 피는 건 아무도 모르는구나.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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