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Letter to Dear B

시작하지도 못했던 사랑에 대한 장례식에 관하여 - 3

by Zov

그래서 그랬을까, B가 떠나고 나서 나는 한동안 잠잠하게 생각을 정리했었다. B를 만나는 동안 모든 것들이 급류에 휩쓸려 쓸려내려가듯이 진행이 되어서, 뭐가 뭔지 나도 분간이 안 갔었고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속에 B에 대한 애정을 조용히 정리해나가야만 했다.


이별이라는 건 항상 부당하고도 외롭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둘이었는데, 한 명이 떠나고 나서는 일방적인 정리를 나 혼자서 해야 했던 것이니까. 그 사람의 빈자리뿐만 아니라 그 사람과 약속했던 모든 미래들, 약속들도 안녕을 고해야 하는 게 익숙한 일이기도 하지만 항상 익숙하지가 않았다.


B는 나에게 이별을 고했지만, 나는 그 애가 아직 내 주변을 맴돌고 있는 걸 눈치챘다. SNS에서 그 애가 반응하는 시간들, 그리고 여타 다른 짧은 신호들을 보면서 B도 마음을 정리 못한 채 그저 내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 확신했고 나는 그 애를 불러들이는 게임을 시작하려 했다. 아직 나도 채 끝내지 못한 말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내가 다가가면 B는 곧장 흥미를 잃을 거라는 판단이 들어 B가 스스로 움직이도록 하는 게임을 말이다.


하지만 결심과 다르게 내 성향상 나는 머리를 굴리며 게임을 주도하고 전략을 짜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B를 단순히 경기 말로 생각해 판을 짜내어 그 애를 끌어내리고 싶지 않았다. 잠시동안 몇 시간을 고민하다가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마지막 말들을 담아 마지막 인사를 담은 글을 그 애에게 보냈다. 길고 긴 장문의 메시지가 창에 들어가지 않아 두 번이나 끊어서 보내고, 그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폰을 황급히 닫았다. 후련한 마음도 있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그 애가 돌아와 주기를, 나를 잡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왜냐하면 나도 사람이니까.


보내자마자 오분만에 그 애에서 온 길고 긴 답장은 다정하지만 한편으로는 냉정했다. 너를 많이 좋아 하지만, 미래의 배우자 감으로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너를 정말로 높이 사고 있으니 언제든지 연락해도 된다는 차갑고도 다정한 말들이었다. 근데 한편으로는 그 애도 알았을 것이다. 내가 그에게 연락하지 않을걸.


그 애의 답장을 본 뒤 마음이 후련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본가에서 기차로 서울에 올라가는 동안에 나는 어둠에 잠긴 창밖에 보이는 내 모습과 창 너머의 어둠 속 어렴풋한 풍경들을 하염없이 보면서 메시지들을 곱씹다가, 내 기억 속의 B를 떠올리면서 아주 조용히 작별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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