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Letter to Dear B

시작하지도 못했던 사랑에 대한 장례식에 관하여 - 5

by Zov

그렇게 장례식은 조금 오래갔다. 차라리 한국식으로 치러지는 장례면 삼일 만에 마칠 텐데, 이건 사랑에 대한 장례였기에 나도 언제 끝나는지 전혀 몰랐다. 스스로도 언젠가 끝나간다는 감은 있었지만 그 끝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아주 어느 순간에, 사소하게 B의 이름을 떠올렸다. 한국어가 아닌 낯선 언어로 지어진 그 애의 본래의 이름을. 그 애가 나에게 이름 뜻을 가르쳐 주지는 않았지만, 사전과 인터넷을 찾아가면서 그 애의 이름 뜻을 찾았다. 이름이라는 건 이상하게도 그 사람의 성향을 닮는다고 하던가. 그 애가 바랬건 바라지 않았건, 지배와 권위를 뜻하는 B의 이름은 책임과 통제를 익숙하게 여겼던 그의 말투 어딘가와 닮아 있었다.


그 낯선 언어로 된 이름을 나지막이 되뇌다가, 그 애의 부모님이 태어난 그 애를 품에 안고 이름을 붙여준 순간을 상상했다. 아이의 이름을 짓는다는 건, 부모가 사랑으로, 그리고 부모가 아이에게 바라는 염원을 담아 기도처럼 그 애의 이름을 지어 줬다는 것이니까. 그리고 이민자인 그 애의 부모님이 어떤 염원을 담아서 그 애의 이름을 지어줬는지를 조금 이해했다. 그제야 나는 B의 보이지 않는 모습들까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했다.


항상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했기 때문일까, B는 늘 조심스러웠고 때로는 스스로를 방어하듯 사람을 밀어냈다.


그리고 그건 나를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B도 모르는 B의 유일한 갈망은, 자신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공간, 설명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게 명확하게 어떤 이론으로 설명해 낼 수는 없지만, B는 그걸 나에게서 그 조각을 본 것 같았다. 그래서 나에게 급속도로 끌렸지만 사랑이 자신의 컨트롤 밖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느낀 그는 자신조차도 휩쓸려간다는 감각에 다시 스스로 조절하고 차단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킨 것이다. - 배우자에 안 맞다는 핑계로 나에게서 도망치면서.


그건 어쩌면 그가 살아온 세계에서 배워온 자기 보호였고, B가 살아온 방식이었을 것이다. 상처를 밀어내기 위해 밀어내는 게 아니라,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자신의 가장 조용하고도 외로운 방어였다.


그리고 나는 B를 미워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나에게 자기 안의 감정을 온전히 꺼내보았던 순간들을 알고 있었고, 거친 듯 보이는 외피 속에 감각이 예민한 어린아이를 보았으니까.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B를 사랑했고, 어렴풋하게나마 그 애를 이해했다. 사랑의 장례가 끝나갈 때쯤에서야 나는 시작하지도 못했던 B를 온전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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