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07 pm 2 : 28

다시 시작

by 양면테이프


3년 만에 다시 그린 첫 작품, 그리고 그 시작의 이야기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펜을 내려놓았던 저는, 다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그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감정들을 표출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렇게 저는 매주 주말마다 전시회와 갤러리를 찾아다니고, 독서실에서 책을 읽으며 방황하듯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2022년 5월 7일 오후 2시 28분. 삼청동의 한 공간에 발길이 닿았습니다. 계단을 타고 들어가자마자 느껴졌던 묘한 감정들 공허함과 외로움, 그리고 동시에 스며드는 따스함.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곳이다. 내가 찾던 공간,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감정의 시작점이 바로 여기라는 것을.

그 공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습니다. 햇살이 눈이 부실정도로 비추고 따스했지만 제가 보는 시선은 달랐습니다.


그렇게 저의 머릿속에는 오래된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창밖으로는 빗줄기가 나뭇잎 사이를 뚫고 숲 속으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빗방울이 벽을 타고 흐르는 소리가 화면 밖으로 들려오는 듯 생생했고, 공간 안에는 습기가 가득 차 천장에는 안개가 맺혀 있었습니다. 바닥은 물이 고인 듯 푸른빛을 띠고 있었지만, 그것이 물인지 아니면 원래의 색인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 공간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었습니다 외로움과 공허함, 그리고 그 안에 묘하게 자리 잡은 따스함. 저는 이 감정을 캔버스 위에 담아내기로 결심했습니다.



2022.5.7pm2_28.jpg



의자와 숲, 그리고 감정의 조화

그렇게 시작된 그림은 오래된 의자 하나와 빗줄기 내리는 숲 속을 중심으로 펼쳐졌습니다. 차갑지만 따뜻한 공간, 고요하지만 생동감 있는 풍경을 그리며 저는 제 감정을 하나하나 녹여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풍경을 묘사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느꼈던 막막함과 방황, 그리고 삼청동에서 느꼈던 공허하지만 따뜻했던 순간들을 담아낸 저만의 이야기입니다.

바닥에 고인 물은 현실과 감정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천장에 맺힌 안개는 공간의 습기를 넘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듭니다. 오래된 의자는 마치 제 자신과 같았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멈춰 있었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처럼요.


그림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

이 작품은 단순히 외로운 공간을 그린 것이 아닙니다. 이는 제가 다시 그림을 시작하며 느꼈던 모든 감정의 기록입니다. 공허함 속에서도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는 희망을 담았습니다.

저는 이 그림을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과 공허함 속에서도 따뜻한 순간들은 존재하며, 그 감정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요.

오랜 시간 동안 작업하며 완성한 이 작품은 저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여러분에게도 작은 울림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림과정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


keyword
작가의 이전글7년이 없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