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이 없는 남자

소통하는 방식

by 양면테이프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


나는 늘 스스로를 남들보다 일곱 살은 어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게서 사라진 시간 일곱 해가 있었기에, 남들이 이미 지나온 길을 나는 늘 한참 뒤늦게 걷기 시작했다. 남들과 같아 보이려 급히 가면을 쓰고, 허둥지둥 옷을 걸쳐 입었다. 겉모습만이라도 정상적으로 보이면, 그걸로 괜찮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친구를 사귀는 법도, 사랑을 나누는 법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대화는 늘 어려웠고, 보이지 않는 벽이 차곡차곡 쌓여 갔다. 그럼에도 나는 사람들의 온기가 그리웠고, 사회 속으로 한 걸음 다가가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겉돌거나 아예 배제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애정을 구걸하게 되었고, 세상은 그런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지 않았다.

어느새 나는 입꼬리를 올린 채 입을 꿰매듯 닫아 버렸다. 나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하게 되었고, 점점 더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던 어느 날, 디자인 회사를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나누던 대화 속에서 사장님이 내게 말했다.

"너는 그림을 그려야 해.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하고, 네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해."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잘 그렸고, 미술 시간마다 좋은 성적을 받았기에 자연스레 좋아하게 된 것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잘 그릴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림을 통해서라면 나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좋아했던 것이었다.

사람들은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궁금해한다. 그림 속에 담긴 감정과 의도를 읽어 내려하며, 작가의 마음을 두드려 본다. 나는 그런 관심이 좋았고, 나 역시 그림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나는 그림을 통해 말한다.

"저는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저는 오늘 이렇게 보냈어요, 여러분은 어땠나요?"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칭찬을 바라듯이, 나는 그림으로 내 감정을 이야기하고, 세상과 소통한다. 그림은 내가 세상에 손을 뻗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나를 알아봐 달라고 조용히 외치는 나만의 방식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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