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by 양면테이프

약속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는, 어딘가 공허한 고요함이 감도는 일요일 오후.

아이들이 뛰어노는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눈을 감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니, 나뭇잎들이 바람과 함께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조금 더 집중해보니, 나뭇잎들의 대화 속으로 마음이 스며들어간다.

그때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흐르기 시작한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듣지 말고, 이제 내 이야기를 꺼내보라는 듯 다가오는 선율.
눈을 감은 채, 코끝으로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메마른 입술로 조심스레 내 마음을 꺼내본다.


예고 없던 대화에 지친 마음이 어느새 무거워지더니,

눈꺼풀이 스르륵 내려앉는다.
깊어지는 고요 속에서 나뭇잎들이 바람에 실려 사라락 속삭인다.

"잘 자."
그들의 부드러운 인사가 귓가에 머물다 이내 멀어져 간다.
스르륵 잠으로 빠져드는 순간, 사라락 흩어지는 바람의 온기가 마음을 감싼다.




일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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