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는지 지는지조차 알 수 없는 애매한 시간, 나는 바다를 걷고 있었다.
어딘가 몽환적인 이 순간에 감성이 스며들어,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Okinawa"라는 음악을 재생하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저 멀리 고양이 한 마리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고양이는 바다를 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저 멀리 보이는 섬을 보고 있는 걸까?
무슨 사연일지 궁금해 다가가 묻고 싶었지만, 금방이라도 도망칠 것만 같아 그저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 음악이 끝나고, 나는 이어폰을 빼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바람에 실린 바다의 소리, 새의 울음소리, 그리고 잔잔히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온 마음을 맡겼다.
그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며 나를 감싸 안았다.
이 그림은 온전히 제 상상 속에서 그려낸 바다의 풍경입니다.
해가 떠오르거나 저무는 그 짧은 찰나의 시간대에 바다를 바라보면, 저는 늘 황홀함과 벅찬 감정에 압도되곤 합니다.
그 감정들을 이번 그림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잔잔하지만 때로는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처럼, 광활하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처럼—
바다가 가진 이중적인 매력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바다는 늘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맞이하지만, 매 순간 다른 표정을 보여줍니다.
그 신비롭고도 깊은 이야기를 제 그림 속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