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없는 대화

by 양면테이프

생각을 정리하려고 찾은 바다.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수많은 질문들로 가득 차,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에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잠을 포기한 채 거실로 나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빛을 머금은 하얀 바다와 은은하게 빛나는 초승달이 마치 내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듯,
파도 소리와 부드러운 빛으로 나를 찾아왔다.


정적이 흐르는 시간, 대화가 없는 대화,

바다는 파도 소리로, 달은 고요한 빛으로 나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들은 묵묵히 기다려주며 내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주었다.


의자에 앉아 그들을 등진 채 마음속 깊은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파도 소리는 잦아들고, 새벽빛이 희미해질 무렵,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바다는 여전히 잔잔했고, 달은 여전히 고요했다.








새벽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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