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피플 Mar 26. 2019

Z세대는 왜 스푼 라디오를 좋아할까?

오디오계 유튜브를 꿈꾸는 스푼 라디오

개요

우리는 일상 속 소소한 순간들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어요.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해서 Social Media에 공유하기도 하고요. 나아가 알고 싶은 정보가 있으면 네이버 포털이 아니라 유튜브로 검색을 하고 동영상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있어요. 역설적이게도, 요즘 같은 시대에 Z세대 사이에서 사진도, 동영상도 아닌 오디오 콘텐츠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고 해요. 바로 누구나 라디오 BJ가 될 수 있는 '스푼 라디오'에요. 국내 IT 회사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을 하다 보니 Z세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 스푼 라디오가 Z세대를 중심으로 큰 성장 곡선을 만들어가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어요. "도대체, 왜 Z세대는 스푼 라디오를 좋아할까?" 라디오를 듣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도 아닌 Z세대가 오디오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과 같은 궁금증을 서비스 분석을 통해 풀어볼까 해요. 그럼 지금부터 ‘스푼 라디오’라는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서론

팀원들이 주도적으로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

마이쿤 최혁재 대표님

본격적으로 서비스 분석을 해보기 전에 스푼 라디오를 만든 최혁재 대표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최 대표님은 자신의 직관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만들지 않은 것 같아 인상 깊었어요. 오히려, 사용자들의 데이터와 피드백 그리고 Z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해요. 실제로 스푼 라디오의 초창기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음성으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 넣고, 상담을 받는 형태였어요. 그런데 일부 사용자들이 라디오 형식의 방송 클립을 올렸고, 오히려 이 방식이 반응이 좋았던 거예요. 경영진들은 사용자들의 이용 형태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서비스를 변형해 나갔다고 해요. 그래서 초기 1년 동안에만 총 54차례, 매주 한 번 꼴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 결과 지금의 스푼 라디오가 탄생할 수 있었어요. 더불어, 최 대표님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어요. "솔직히 저는 우리 방송들이 재미가 없어요. 처음에는 이용자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어울려 보려고 애썼지만, 결국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이제는 인정했습니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데이터로만 경영 판단을 하기로요." 아마도, 최 대표님은 의사 결정권자의 직관으로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가령, Z세대들을 주요 고객으로 생각하고 있는 SNS를 만들고 있는 팀에서 Z세대의 문화를 전혀 모르고 있는 의사 결정권자의 직관을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고 상상해보세요. 젊은 직원들은 Z세대들이 SNS를 사용하는 이유를 자기표현의 도구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중년의 의사 결정권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Z세대들이 SNS를 사용하는 이유는 일상의 기록이라고 고집을 부리는 상황처럼, 젊은 직원들이 경험과 역량이 발휘될 수 없는 환경이라면 Z세대들에게 매력적인 SNS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물론, 의사 결정권자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적어도 만들고 있는 서비스의 주요 고객과 세대차이로 인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주요 고객의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직원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서비스를 사용할 사람은 의사 결정권자가 아니라 타깃으로 설정한 주요 고객일 테니까요. 실제로 Z세대를 타깃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저희 팀 같은 경우도, 의사 결정권이 있는 팀장님이 서비스 철학과 주요 기능들을 결정하기보다는 젊은 팀원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할 수 있도록 말랑말랑한 작업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덕분에 저는 신입 서비스 기획자인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능들을 직접 설계하고 나아가 팀원들을 설득해 세상에 서비스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몸소 경험하고 있어요. 더불어, 팀원들이 내부적으로 "정말 잘 될 수도 있겠다."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주요 기능들이 조금씩 완성되고 있기도 하고요. 결론적으로, 스푼 라디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최 대표님의 쿨한 경영 철학이라는 것이에요. “포기하면 빨라.”라는 말처럼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는 세대차이를 인정하고, 오히려 Z세대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젊은 직원들이 능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최 대표님의 노력이 지금의 스푼 라디오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자!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스푼 라디오라는 서비스를 통해 Z세대 사용자들은 무슨 경험을 하고 있고, 무엇이 매력적인지 살펴보도록 해요.


본론

매력적인 3가지의 사용자 경험

FROM GIPHY

1. 즉시적인 소통

 Z세대가 유난히 소통 욕구가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어요. 그러나 소통을 즉시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서비스 혹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Z세대들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하는 이유도 위와 일맥상통해요. Z세대가 국내에서 가장 사용량이 많은 메신저인 카카오톡 보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선호하는 이유는 즉시적인 소통에 대한 욕구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카카오톡 같은 경우 현재 누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는지 표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내도 바로 답장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페이스북 메신저는 현재 누가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지 표시가 되기 때문에 누구에게 메세지를 보내면 바로 받을 수 있는지를 예상할 수 있어요. 물론, 페이스북 메신저 같은 경우 페이스북과 연동되고,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는 등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즉시적인 소통 욕구가 강한 Z세대들에게는 사용자 이용 표시라는 작은 기능이 가장 큰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Z세대가 스푼 라디오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즉시적인 소통이 가능해서라고 생각해요. 반면, Z세대가 가지고 있는 즉시적인 소통에 대한 강한 욕구를 스푼 라디오는 작지만 확실한 공감을 통해 풀어주고 있는 것 같아요. 누구나 BJ가 되어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댓글을 통해 공감받을 수 있는 경험, 반대로 누군가의 일상 속에 들어가 댓글을 통해 공감을 표현할 수 있는 경험. 나아가 익명성을 가지고 있는 오디오 콘텐츠를 통해 친구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이나 걱정을 공유하고 당장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경험이 Z세대가 스푼 라디오를 통해 느끼는 매력이 아닐까요?

1-2. 왜 LIVE 페이지를 첫 페이지로 했을까?

서비스 입장 시 첫 페이지는 서비스의 본질과도 연결되어 있어요. 스푼 라디오 같은 경우 첫 페이지가 지금 당장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 BJ를 보여주고 있는 LIVE 페이지예요. 위에서 계속 강조해서 말하고 있던 Z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즉시적인 소통을 LIVE 페이지에서 해결할 수 있어요. 페이지의 가장 상단에는 스푼 라디오에서 '수동 추천'을 해주고 있는 CHOICE라는 영역이 크게 자리하고 있어요. 지금 막 서비스를 시작한 사람들이 "어? 이건 뭐지?"하고 입장을 하고, 실력 있는 BJ의 오디오 콘텐츠를 소비하고 “어? 이거 괜찮은데?”라는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보통 최상단의 콘텐츠 같은 경우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적으로 제공해주기보다는 어드민 영역에서 수동으로 직접 콘텐츠를 확인해주고 노출하는 경우가 많아요. 클릭률이 가장 높은 영역에서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수고로운 작업이라도 감수하는 거지요. 물론, 스푼 라디오가 CHOICE를 자동화 알고리즘으로 콘텐츠를 돌리고 있을 수도 있어요! 다만,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짐작을 하자면 수동으로 직접 콘텐츠를 검수하고 노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

다음으로 LIVE 페이지 하단에 있는 지금 핫한 라이브(추천 피드) 같은 경우는 자동화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핫한 라이브 목록의 DEFUALT는 추천순으로 되어 있는데 내부적인 지표를 가지고 점수를 산출해 순위대로 노출을 해주는 방식이에요. 사용자가 원한다면 좋아요나 참여자순으로 기준을 변경해서 볼 수도 있어요.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콘텐츠를 추천을 해주는 방정식(알고리즘)을 만드는 기획은 정말 어려워요. 물론 점수를 산출할 지표가 하나 이하라면 정말 너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3개 이상 고려해서 점수를 산출해야 한다면 정말 어려워져요. 가령, 좋아요와 참여자, 지금 듣고 있는 시청자 수를 지표로 활용한 추천 방정식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사용자가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그에 비해 단순히 참여를 했던 사람들의 가치는 얼마나 떨어지는지. 더불어 지금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 수는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를 비교하고, 판단해서 방정식을 세워야 해요. 사실 서비스를 단순히 사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추천 피드는 너무나 당연한 페이지예요. 그러나, 당연한 만큼 중요한 페이지라서 서비스 기획자 입장에서는 추천 피드에 노출될 콘텐츠의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에요. 실제로, 콘텐츠 플랫폼의 추천 피드를 잘 만드는 일이 성공의 Key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추천 피드가 정말 매력적이라면 사용자들의 서비스 체류 시간이 높아질 테고 자연스럽게 서비스에 녹아들 수 있을 테니까요.

스푼 라디오 같은 경우, 참여자가 57명밖에 안되지만 좋아요가 2,059인 BJ가 참여자가 212명이고, 좋아요가 1202인 BJ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좋아요에 더 많은 점수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아요. 더불어 예상과는 달리 지금 현재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 수 같은 경우 추천 피드에 노출이 되지 않고, 상세 페이지로 들어가야만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추천 알고리즘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요. 바로 성공한 서비스의 추천 알고리즘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도출해낸 비밀병기라는 것이에요. 그러니 추천 피드를 만들 수도 있는 서비스 기획자라면? 지금부터라도 자신이 만들고 있는 서비스의 주요 고객이 생각하는 ‘좋은 추천 피드’를 정의하고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 점수를 산출해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미리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만들고 있는 서비스가 없거나 혹은 추천 피드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면 평소에 자주 사용하고 있는 Social Media나 UGC 플랫폼의 추천 피드를 유심히 분석해보고 나중에 참고할 수 있도록 정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스푼 라디오가 수동 추천과 자동 추천을 조화롭게 사용하면서 지금 당장 방송을 하고 있는 인기 있는 BJ들을 정말 기가 막히게 추천해주고 있다는 사실! 더불어 LIVE 페이지라는 이름으로 추천 피드를 서비스의 첫 페이지로 제공하면서 ‘즉시적인 소통’이라는 Z세대의 욕구를 날카롭게 해결하고 있다는 거예요.


2. 확실한 보상

14세 이상 사용자라면 누구나 직접 방을 만들어서 라디오 방송을 할 수 있어요. 라이브 방송은 DJ의 일상을 중심으로 청취자들과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공유하는 소통방이 가장 보편적인 형태로 보였어요. 그 외에도 책 읽어주는 방, 전화 데이트/소개팅, 노래방 등 다양한 형태의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스푼 라디오에서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을까요?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Money가 되기 때문이에요. 스푼 라디오 서비스 내에는 스푼(Spoon)이라는 가상 화폐가 유통되고 있어 사용자와 서비스 운영사 모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선물할 수 있는 스푼의 종류

지금 보이는 이미지는 내가 좋아하는 DJ에게 선물할 수 있는 스푼의 종류에요. 하나의 스푼으로는 주스 스푼을 살 수 있고, 10개로는 콜라 스푼, 100개는 왕관 모양의 스푼을 구매할 수 있어요. 디테일하게 보면 위트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스푼의 숫자와 아이콘의 매칭이에요. 1,004개는 천사 모양의 스푼 그리고 1,225개는 산타 모양의 스푼으로 매칭을 시키면서 사용자에게 소소한 위트를 제공하고 있어요. 분명 이 글을 보면서 "그래서, 스푼 하나에 얼만데요...?"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겠지요? 그래서 지금 바로 말씀드리려고 해요! 스푼은 10개에 1,200원에 판매되고 있어요. 낱개로 판매를 하지는 않고 있지만 계산을 해보면 개당 120 원인 셈이에요.

즉, 사용자는 한 번에 본인이 좋아하는 DJ에게 120원부터 360,000원까지 보낼 수 있는거에요. 물론 사용자가 보낸 가상 화폐의 100%를 DJ가 전부 가지고 갈 수는 없어요. 스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마이쿤에서는 수수료의 명목으로 40%를 가지고 간다고 하네요. 보통 국내 방송 플랫폼들이 사용자들이 받은 가상 화폐의 30~50% 정도를 수수료로 부과하는 업계의 통계를 고려하면 높은 수치도 낮은 수치도 아닌 평균 정도인 것 같아요. 반면 스푼 라디오는 높은 화질의 화면을 출력하는 카메라, 좋은 사양의 컴퓨터 등 고급 장비들이 없어도 단순히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상처 받은 사람들을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공감 능력, 누구와도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통 능력, 하나의 문장을 읽어도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좋은 목소리 등 일상에서는 당연하다고 치부되던 능력이 스푼 라디오에서는 특별한 능력으로 발현되어 새로운 수익 창출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거에요. 덕분에 사용자와 서비스 운영사 모두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고 나아가 오디오 콘텐츠 생태계는 더욱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혁신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Z세대들은 Yolo를 외치던 밀레니얼 세대와는 달리 미래에 대한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여유시간에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생산적인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하고 있는 거고요. 가령, 대학교 1-2학년을 대부분 술로 보내던 밀레니얼 세대와는 달리 현재(Z세대) 1-2학년들은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미래, 취업을 위해 고민을 하고 해당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외활동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최근에 제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 타겟 분석을 위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었는데 "벌써부터 이런 걸 하고 있다고?"라는 생각을 정말 여러 번 했었던 기억이 나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고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작은 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즉, 지금의 10대들은 항상 미래를 위해 생산적인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스푼 라디오는 10대들의 생산적인 무엇인가를 해결해주고 있어요. 자신의 일상을 오디오 콘텐츠로 생산해서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소통의 욕구를 해결하고 나아가 수익 창출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으니 Z세대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본 경험을 공유드리자면, 인기 DJ들 같은 경우 1시간에 1,000개 이상의 스푼을 받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모든 DJ들이 그렇게 스푼을 벌어들일 수도 없을 테고 수익성을 보았을 때 본업으로 삼기도 힘들긴 하지만...누군가에게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만 한다면, 자신이 직접 생산한 오디오 콘텐츠도 남고, 자신을 중심으로 팬덤을 형성할 수도 있고, 용돈도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3. 익명성 환경

FROM GIPHY

제가 Z세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고 했잖아요. 인터뷰 도중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뭔지 아시나요? 흥미롭게도, "사실은, 제 친구 가요..."라는 말이었어요. 얼굴을 드러내고 직접 대화를 하는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Z세대들은 익명성을 만들기 위해 친구를 빌려 이야기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어요. 물론 정말로 친구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친구 이야기를 한다고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친구들을 소환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익명성 환경을 만들기 위한 습관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고요. 신문이나 뉴스 같은 보도 자료들을 보면 Z세대들이 단순히 자기표현을 잘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익명성이 확보되는 환경에서 자기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가령, 페이스북 같은 실명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SNS에서 Z세대들의 이용 형태를 보면 '자기표현'을 소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잖아요. 페이스북은 실명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Z세대들이 콘텐츠를 생산하기보다는 수집하는 공간이기 때문이에요. 대표적으로 그들이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있는 공간은 익명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틱톡이 있어요. 그런데 익명을 기반으로 운영한다고 익명성이 확실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팔로워들이 얼마 없는 사용자라면 익명성에 대한 걱정 없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우연히 추천 피드에서 다른 친구가 사용자의 계정을 발견하게 된다던지 혹은 팔로워가 늘어나서 친구들이 사용자의 콘텐츠를 발견하게 되는 날에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어요. Z세대들 사이에서 틱톡 같은 경우 초-중학생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인식이 형성되어 고등학교 사용자들이 비교적 자신의 틱톡 활동을 숨긴다고 해요. 상상해보세요. 틱톡에서 한 고등학생 사용자가 재미있는 동영상 콘텐츠를 생산하다 반 친구에게 들키는 바람에 한 동안 놀림을 당하게 된 거예요. 그런 상황이라면 고등학생 사용자도 틱톡 서비스 운영사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어요. 위와 같은 걱정으로 틱톡에서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만 하고 생산을 하기를 주저하고 있는 사용자들이 얼마나 있을지 정확한 수치로 알 수는 없을 테지만 고등학생 인터뷰를 통해서 상당히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틱톡을 얼마나 자주 사용해요?"라는 질문에 정말 소스라칠 정도로 다들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강한 부정을 했었기 때문이에요. 반면 오디오 콘텐츠 같은 경우 자신이 직접적으로 이름을 언급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철저하게 익명성이 확보되는 공간이에요. 친한 친구들도 오랜만에 통화하면 새롭게 느껴질 때가 있을 정도로 사람의 목소리만 듣고는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리긴 어려울 테니까요. 그래서 스푼 라디오 사용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사용자가 누구인지 아무도 알 수 없고, 궁금해하지도 않는 부담 없는 공간에서는 마음에 매일 쌓아 두고 있던 고민들도, 다른 친구들에 비해 너무 사소해 보이는 나의 일상들도, 모두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요?


결론

FROM GIPHY

라디오를 듣고 학창 시절을 보낸 밀레니얼 세대보다 오히려 라디오 콘텐츠에 익숙하지 않은 Z세대들이 스푼 라디오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유행은 한 세대를 넘어 돌아오는 것 같기도 해요. 앞으로 스푼 라디오에서 유통되고 있는 음악 저작권 관련 문제가 해결되고 미국으로 해외 진출이 성공하게 된다면 오디오계의 유튜브는 아니더라도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스푼 라디오를 분석하다 보니 서비스에 대한 애정이 생겼어요. 더 많은 사용자들이 스푼 라디오를 통해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고 일상을 공유하면서 소통하고 삶의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장기적으로 서비스가 운영될 수 있도록 오디오 콘텐츠를 통해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매력이 더욱 날카로워지길 바래요. 당장의 매출에 얽매여 주먹구구식으로 서비스를 확장시키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오디오 콘텐츠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확장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조금씩 만들어가다 보면 오디오 콘텐츠 시장뿐만 아니라 음악 시장에도 다시 활기를 불어 일으키게 될 테고 그 결과 Z세대를 넘어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좋은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을 거예요. 멋진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마이쿤 관계자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