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라는 것!)
오늘은 우리 순돌이의 생일이다.
큰 뼈다귀를 하나 사 가지고 파티를 해 줄 생각에 집 앞 강아지 용품점에 들렀다.
그렇다!!
순돌이는 강아지(푸들)다.
-2년 전 아파트 놀이터-
동네 장난꾸러기로 소문난 한 아이가 노끈을 개 목걸이 삼아 순돌이를 데리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왔다.
놀이터의 아이들과 아이들을 보기 위해 나온 아줌마들 모두 난리가 났었다.

"귀엽다! 얘! 이 강아지 너희 집 강아지야?" 한 아주머니가 아이에게 물었다.
"아닌대요! 저기 마트 쪽에 있는 쓰레기장을 뒤지고 있길래 제가 데려 왔는대요!"라고 천진난만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는 "야! 그냥 데려오면 어떻게? 주인이 찾을지 모르는데!! 이리 줘봐!"라고 하면서 순돌이를 데리고 갔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난 다시 순돌이를 아파트 놀이터로 데려와서 "어떻게 하지?" 와이프를 보면서 물었다.
우리 아이들은 벌써부터 "우리가 키우면 안 돼? 아빠! 우리가 키우자!"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고민이 되었다.

지금에 와서야 그런 고민을 한 내가 바보스러웠지만 당시에는 그랬다.
"애들아! 이 강아지 주인은 얼마나 걱정이 되겠어? 그러니까 일단은 어떻게든 주인을 찾아주는 쪽으로 해보자!"
당시 초등학교 1학년 그리고 6살이었던 우리 아들들은 조금은 실망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순돌이는 가까운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동네 아주머니 중 한 분이 00 동물병원 원장님이 원체 착하시고, 동물을 정말로 예뻐한다고 일단
거기 한 번 데리고 가 보라고 알려주셔서)
혹시 개 몸속에 인식표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면 주인에게 연락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인식표가 있을 리 만무했다.
난 원장님에게 "혹시 유기견은 어떻게 돼요? 죽이나요?" 알면서도 확인 차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았다.
일단, 유기견으로 신고되면 유기견 집합 장소에 데리고 가서 일정 기간 동안 보호 후 주인이 나타나거나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시킨다고 하였다.

"아빠, 어떻게 된대? 안락사가 머야?" 울 아들이 계속 물어왔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뒤로 한 채 "저기 여기서 한 3일 간만 보호해줘도 되나요? 그 안에 저희가 어떻게든 주인을 찾아볼게요! 그리고 만약 못 찾더라도 저희가 데려갈 테니 보호소에는 넘기지 마시고요! 부탁드려요"라고 의사 선생님에게 말하니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 가족은 그때부터 난리가 났었다.
일단, 순돌이의 사진을 넣어 강아지의 주인을 찾습니다. 그리고 맡겨놓은 병원의 전화번호와 내 개인 휴대번호가 들어간 문구의 전단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전단지를 붙이기도 하고 전단지를 들고 슈퍼, 편의점 등 동네 가게와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탐문 수사를 벌였다.
우리 아들들도 도와주겠다며 따라나서는데 그거 말리는 것도 일이었다. ㅜㅜ
또 매일같이 병원에 전화해 혹시나 주인에게 연락 오지 않았냐고 여쭤보기도 하였다.

마지막 3일째, 주인을 찾지 못했다.
울 아이들은 벌써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젓어 나에게 말했다.
"우리가 키우자! 아빠!"라고 하면서 자신의 저금통을 나에게 내밀었다.
며칠 전, "강아지를 키우려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서 혹시 주인 못 찾아도 키울 수 없을 거 같아!"라고 아들에게 말했었는대, 그걸 기억하고 이러는 것이었다.
사실, 강아지를 키우려면 생각지도 못한 돈이 많이 들어가고, 그리고 신경 쓸 일도 너무 많아지고,
나중에 나중에는 맘이 너무 아파질 거 같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보면서 그리고 말없이 묵언으로 강아지를 키우자고 시위하는 아내를 보면서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 "입양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라고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그날부터 순돌이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요즘 우리 집에서 자주 쓰는 말 중 하나 " 순돌아! 안돼!" ㅋㅋㅋ
그리고 나의 퇴근 후 첫 일과는 집 안 누구보다 열렬히 나를 환영하는 순돌이를 앉아 주면서 화장실에 순돌이가 싸 놓은 똥과 오줌을 치우는 일 ^^;
며칠 전 우연찮게 유튜브 영상을 보다 살인마로 잘 알려진 강호순이 개와 함께 해맑게 웃으며 찍은
사진을 보았다.
"저렇게 좋아 보이는데, 살인마 맞아?"라는 의문과 함께 영상을 클릭하니
영상 속 프로파일러는 그 사진을 보여주며, 사진 속 개는 강호순과 사진 찍은 후 잡아먹었다고 한다.
살인마는 공감(교감)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애완견을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영상을 본 후, 난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내밀던 저금통과 젖어 있던 그 눈을 떠올렸다.
어느덧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이 된 우리 아들들!
요즘 부쩍이나 공부에 신경 쓰면서 하기 싫다고 생떼! 아닌 생떼! 을 부린다.
'까짓것 공부보다 더 소중한 걸 가지고 있는대....'라는 나만의 마음의 위안?을 해 본다.
그리고 "순돌아!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