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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 Apr 14. 2022

30일 행복 챌린지 후기

30일 동안 일기를 써보니 오히려 모르게 되었다. 나는 사람인가 짐승인가

 30일 행복 챌린지에 도전하고 나서 도전을 마쳤을 때까지의 일정을 기록하였다. 까먹고 넘어간 날도 있었고 임의로 내용을 변경한 날도 있었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해본다는 것은 나름 신선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신선함은 요즘처럼 기분 좋은 봄날에 집 안에만 있는 게 아니라 벚꽃 구경을 나가는 것과 같은 신선함이었다. 자신에게 익숙한 행복만을 겪는 것이 아닌 익숙한 행복과 낯선 도전이 같이 섞였을 때 다른 나날들보다는 조금 더 두근거리는 삶을 살 수 있었다. 아래는 내가 한 달 동안 겪었던 행복 챌린지를 솔직하게 적어 보았다. 30대 아저씨의 일기장을 몰래 볼 수 있다니 독자님들 입장에서도 정말 두근거릴 수밖에 없는 글이라고 생각된다.


1일 차, 외출하기 : 감기 기운이 좀 있어 집에서 쉬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외출하기가 있어서 끝내 밖으로 나가서 초콜릿 케이크를 사 먹었다. 입은 확실히 행복했지만... 내 배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2일 차, 일찍 자기 : 할 일이 많아서 잘 수가 없었다.. 브런치에서 불합격 통보만 하지 않았어도 조금은 더 일찍 잤을 듯

3일 차, 무언가에 몰두해보기 : 글과 공부에 좀 몰두하긴 했는데.. 애매하게 한 것 같다.

4일 차, 공연 보기 : 공연.. 차마 혼자 볼 수 없었다.. 포기

5일 차, 그림 그리기 : 설마 까먹어서 이런 간단한 것을 놓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는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다.

6일 차, 꽃이나 식물 배치하기 : 내 손으로 식물을 또 죽일 수는 없었기에 컴퓨터 배경 화면을 장미꽃들로 바꿨다. 약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배경화면을 바꾼 적이 없었는데 바뀌니까 느낌이 확실히 색다르긴 하다.

7일 차, 친구와 이야기 하기 : 굳이 친구한테 전화를 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떠들었다.

8일 차, 뭔가 만들기 : 뭘 만들까 고민하다가 귤을 먹고 남긴 귤껍질로 탑을 쌓기 시작했다. 30일 행복 챌린지에서 말하는 뭔가 만들기가 '이게 맞나?' 싶었지만 다 쌓아 놓은 귤껍질의 모양은 마치 크레이프 같았다.

9일 차, 퍼즐 완성하기 : 인터넷에서 온라인 퍼즐을 검색하니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사이트가 있었다. 거기서 온라인 퍼즐을 다 맞추고 나니 '내가 이런 예쁜 걸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기분이 좋았다.

10일 차, 요리하기 : 요리가 너무 귀찮은 나머지 피자+스파게티 세트를 시켜서 먹었다. 장담하건대 요리해서 먹기보다 더 많은 행복을 얻었을 것이다.

11일 차, 명상하기 : 차분하게 5분 동안 명상을 하였다. 차분하게 머리를 정리하고 글을 더 쓰고 싶었으나 생각보다 머리가 잘 정리되지는 않았다. 

12일 차, 요가하기 : 깜빡했다.

13일 차, 음악 듣기 : 유튜브에서 10초 정도 듣고 괜찮은데? 싶었던 음악을 찾아내어 들었다. 빙빙 돌아가는~

14일 차, 동물 만나기 : 유튜브에서 웃긴 동물 영상을 찾아봤다. 이런 걸 찾아본 적은 없었는데 막상 찾아보니까 무척이나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15일 차, 책 한 권 읽기 : 책을 무려 한 권씩이나 읽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브런치 한 편을 읽었다. 브런치의 한 편 한 편이 책의 소중한 한 권 한 권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으니 말이다.

16일 차, 라디오 듣기 : 인터넷에서 라디오를 잠깐 들었다. 글 쓰는데 방해되어서 곧바로 음소거 하긴 했다

17일 차, 옷장 정리하기 :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들을 옷걸이에 걸어 놓았다. 24시간도 못 되어 자연스레 바닥에 다시 널브러졌다.

18일 차, 누군가와 포옹하기 : 포옹할 대상이 없어서 집에 있던 베개들과 포옹했다. 포옹 자체가 가지는 따뜻한 의미와 베개와 포옹하는 나의 차가운 현실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하루였다.

19일 차, 반신욕이나 긴 샤워하기 : 평소보다 3분 더 오래 샤워했다.

20일 차, 오늘 할 일 적고 실천하기 : 나는 매일 공스타그램을 하기에 너무나도 쉽게 끝낼 수 있었다.

21일 차, 일기 쓰기 : 사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 일기 쓰는 것과 다를 바 없기에 글 쓰는 걸로 넘겼다

22일 차, 몸치장하기 : 머리를 멋진 척하며 한 번 쓸어 넘겼다. 하루를 넘기고 나서야 몸이 아닌 머리를 치장했기에 실패인 것을 깨달았다.

23일 차, 감사한 일 써보기 : 내일 금요일이다. 오늘이 금요일 밤이었으면 더 많이 감사했을 듯하다

24일 차, 스스로의 장점 쓰기 : 음.. 최근 일상을 특별하게 보는 능력을 키운 것 같다

25일 차, 누군가와 진지한 이야기 하기 : 크리스마스 솔로에게 있어 누군가와 진지한 얘기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26일 차, 도움을 원하는 사람 도와주기 : 깜빡했다. 사실상 친구들한테 물어봤어도 커피나 한 잔 사줬을 것 같다.

27일 차, 맛있는 거 먹기 : 회사에서 찜닭을 먹었다

28일 차, 새로운 장소 가기 : 힘들었던 하루. 멘탈이 가루가 되어 사후 세계로 갔다.

29일 차, 옷 사기 : 내 몸에게 지방이라는 새로운 히트텍을 입혀주었다.

30일 차,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기 : 2021년 11월 30일부터 행복 챌린지 시작. 그때 30일 차의 내용부터 시작했었다.


 2021년 12월에 도전한 내용이었으나 다른 글의 내용들이 많아서 무려 4개월이나 밀려버린 글이다(30일 차만 11월 30일에 진행하였으며 1일 차부터는 12월 1일로 진행 한 글이다). 누군가가 이 챌린지로 인해 행복해진 것 같냐고 묻는다면 그 잠깐의 시간들만큼은 평소보다 더 행복했을 것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최소한 '내가 이런 걸 하고 있다니!' 하는 작은 헛웃음 정도는 확실하게 나온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참 여러 챌린지가 많다. 가끔 삶이 너무 무료하다면 잠깐 환기시켜주는 차원에서 인터넷에서 챌린지 하나를 골라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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