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회사에서 전체 회식을 진행했었다. 8시가 조금 넘을 즈음, 경영진 분들은 1차 회식이 끝났으니 먼저 가고 싶은 사람들은 일어나라는 말을 했고 경영진급 분들을 제외한 사원 모두가 동시에 일어났다. 순간 경영진분들에게서 나오는 서운한 표정을 조금 읽었지만 이미 일어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 사원급은 전부 일어난 상황에서 갑자기 눈치가 보인다며 나 혼자 다시 앉기에 큰 무리가 있었을 뿐 아니라 사실 나 또한 집에 무척이나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날은 결국, 경영진 분들의 서운한 표정을 뒤로하며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원들 1차를 끝으로 귀가 길에 올랐다.
그분들의 서운한 표정을 보며 잠깐 생각했다. 이게 과연 우리의 문제 거나 그들의 문제일까? 우리가 전부 일어났던 것은 우리들의 문제가 아니고 그들 리더십의 문제도 아닌 그저 세대의 차이 때문이었다. N잡이나 확고한 취미 등 좀 더 자신들만의 계획이 확실하게 세워져 있는 요즘 세대에게 있어 시간은 항상 충분하지 않은 재화였고, 회식으로 미뤄진 자신의 계획을 지금이라도 집에 가서 빨리 실행할 필요가 있었기에 그들은 미련 없이 일어났었다.
사실 그때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때 일어난 20~30대의 사람들을 전부 해고하고 새로 다 채워 넣는다고 해도 그 결과는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똑같은 MZ세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경영진들 전부가 바뀌었다고 해도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단순히 책 몇 권의 리더십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서로의 가치관이 다를 뿐이고 그 가치관을 받아들이지 않고 주장한다면 '꼰대'가 되고 '요즘 세대들'이 될 뿐이다.
MZ세대에 맞춰 회식을 아예 없애버리자니 회사 입장에서도 상당한 딜레마일 것이다. 회식을 하면 사람들 간의 관계가 조금은 상승하는 것도 사실이다. 서로 일 얘기만 자주 하다가 갑자기 사적인 얘기를 포함하니 관계 상승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관계의 상승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회사에 좀 더 남아있을 수 있는 원동력으로 치환된다. 만약 회식으로 오히려 사이가 나빠질 곳이라면... 그곳은 도망치는 것이 맞다.
일이 힘든 곳 VS 사람이 힘든 곳이라는 밸런스 게임에서 차라리 일이 힘든 곳에 남겠다는 사람들의 비율이 더 높다는 통계는 경영진 입장에서도 쉽게 넘길만한 정보는 아니다. 사람이 그만큼 자주 바뀌면 가르침에 대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할뿐더러 지원자들의 퀄리티가 자연스럽게 낮아지게 된다. 입사율과 퇴사율이 100%가 넘는 곳에 지원하는 자들은 아무래도 좀 더 절박한 사람들이 대다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회사 입장에서는 억지 회식으로라도 사람들의 관계를 조금 더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조금이나마 서로에게 잘 맞는 회식을 하려면 가능하다면 1달 정도 전에 정확한 시간까지 통보해 주고 회사 근처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예를 들어 용산역에 있는 회사라면 '2022년 10월 21일, 저녁 6시에서 8시까지, 용산역 부근 고깃집'의 통보가 그나마 서로에게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이 될 것이다. 물론, 퇴근 시간을 한 시간 당겨줘서 5시에서 7시라면 그에 따른 약간의 충성도 상승과 적개심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 회사에서 만난 관계는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적 관계다. 그 관계를 넘으려고 한다면 그만큼의 큰 대가를 지불해야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