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면 부모님이 뭐라 하지 않으세요?'
"저희 회사에 지원하셨기에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가 해서 불러 봤어요."
"비행기 공포증을 앓고 계시다고요? 그거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닌가요?"
약 600 곳에 이력서를 낸 후 겨우 몇 군데 잡힌 면접에서 저런 소리를 들었다. 면접을 가기 전 읽었던 잡플래닛 리뷰에서 느낌이 싸- 하긴 했지만 내게 면접이라도 오라 하는 곳은 정말 몇 없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갈 수밖에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인생을 막 살아온 내게 더 이상 선택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난 길거리에 떨어진 음식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평소라면 먹지 않았겠지만 아쉬운 상황에서는 대충 흙을 털어내고 먹을 수 있는 딱 그정도의 사람. 그렇기에 면전에서 저런 소리도 쉽게 할 수 있었겠지. 저 면접들에서 가장 구역질이 났던 것은 오늘 처음 본, 오늘 마지막으로 볼 사람들의 막말이 아니라 이런 곳이라도 어떻게든 들어가야 된다며 저런 말들을 듣고도 헤헤 웃었던 나 자신이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아직 내 나이 서른도 되지 않았지만 취업 시장에서의 내 삶은 이미 끝났다는 것을. 그 어떠한 곳에서도 나를 최저 시급 이상을 주며 쓰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나 자신에게 주는 목숨 기한을 이의 없이 받아들였다. 31살이 되는 2023년 1월 1일까지로. 하필 31살로 잡은 것에는 큰 이유가 없다. 그저 꿈에서 본 30살 겨울의 나 자신이 행복해 보였을 뿐이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31살이 될 때까지 막살다가 죽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31살까지는 최대한 열심히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에 데드라인을 잡은 채 하루하루를 술로 때우는 것이 아닌 글로 때우게 되었다.
지금은 어떻게든 날 받아준 회사에 다니고 있다. 다행히도 면접에서 막말을 했던 회사는 아니다. 오늘도 회사를 끝내고 집에 오면 피곤하더라도 글을 쓴다. 마지막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오늘의 난 또 후회하고 있다.
'좀만 더 열심히 살 걸 그랬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