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떻게 습관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글을 작성하던 중 '이 방법이 정말 다른 사람들한테도 잘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쉽게 하세요!'라는 1988년도에 책 제목으로나 나올 법한 이 방법이 다른 사람들한테도 잘 맞는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글은 남을 위한 글이 아닌 나만의 일기에 가까운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남들도 쉽고 재미있게 따라 할 수 있을만한 내용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 고민에서 나온 것이 게이미피케이션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게임이 아닌 것에 게임적 요소를 넣어 사용자를 몰입시키는 과정을 일컫는데 즐거움을 중점으로 맞추는 게임의 특징상 이것을 활용할 수만 있다면 공부를 웃으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무서운 상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조커처럼 웃으며 공부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에 나는 게이미피케이션과 내 습관을 연결시킬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한 고민이 '게임은 언제 가장 즐거울까?'라는 고민이었다. 나는 특정 세트 등을 완성시켰을 때(성취) 남과 비등비등하게 경쟁할 때(경쟁)가 즐거웠으므로 이것들에 집중했다.
하루 자신의 습관을 끝낼 때마다 자신에게 매일 트로피를 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많은 트로피를 어디다가 둘 것인가? 게다가 우리의 습관은 힘들고 대단한 것이 아닌 쉽고 하찮은 것이기 때문에 트로피를 받더라도 그 취지에 맞춰 저퀄리티로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볼펜으로 다이어리에 도형 그리기였다.
2021년 12월 분
다이어리는 구하기도 쉽고 실제로 나는 2년째 배달 음식 먹으면 주는 다이어리를 사용 중이다 휴대하기도 편하다. 어차피 달력 칸만 쓰기에 다이어리가 없다면 달력을 써도 된다. 미적 센스가 없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여러 색을 조합하면 예뻐 보인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나 또한 미적 센스가 없기에 최대한 다채로운 색을 다이어리에 넣고자 노력했다. 다이어리를 보면 검은색 동그라미, 초록색 별표, 하늘색 네모, 빨간색 세모와 상(上), 중(中), 하(下) 그리고 숫자 보일 텐데 각각은 따로 의미가 있는 표시들이다. 검은색 동그라미는 글을 썼다는 의미이며 초록색 별은 책을 읽었다는 의미로 쓰였고 하늘색 네모와 빨간색 세모는 각각 공부와 운동을 했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상, 중, 하는 내가 그 행위들을 하며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이고 숫자는 총 몇 분 동안 그 행위를 하였는가를 적어 넣은 것이다. 예를 들어 검은색 동그라미로 30上이 적혀있으면 높은 집중력으로 30분 동안 글쓰기를 했다는 의미가 된다. 왜 많고 많은 문양 중 하필 동그라미, 네모, 별, 세모의 문양을 선택했는지 궁금할 텐데 별 의미는 없다. 다이어리가 조금이라도 예뻐 보이기 위해 내 미적 감각을 센스 있게 풀어낸 것에 불과하다.
다이어리를 쓰고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운동을 빼먹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주 약간의 편집증이 있는 나는 저 네 가지중 단 하나라도 빠져 있으면 계속 신경이 쓰인다. 그 신경은 짜증으로 변하게 되고 나 자신이 어떤 상태이든 간에 그 짜증을 풀기 위해 끝내 그것을 하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았을 때는 가뿐하게 무시하였지만 눈에 보이니 무시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일 년이 딱 끝났을 때 하루 분의 빨간색 세모만 없다면 얼마나 미치고 환장할 것 같겠는가? 그렇기에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팔굽혀펴기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날의 운동을 무조건 하게 되었다. 물론 다이어리를 진행하고 나서 현재까지 몸이 엄청 아프거나 한 적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사랑니를 빼거나, 장염이 좀 심하게 나거나, 코로나 백신으로 반 죽을 뻔한 정도는 있었지만 그런 날마저도 산책이나 간단한 스트레칭 등으로 운동을 지속했다. 아직 교통사고 같은 심한 일은 없었지만 최소한 그 정도의 일이 없다면, 단지 게을러서 혹은 컨디션이 조금 안 좋아서 빼먹는 횟수는 0으로 줄은 것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순간마저도 이 습관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고 싶었으나 한 방에 신님 곁으로 갈까 봐 차마 실천하지 못하였다.
다이어리를 작성하기 전에는 한 달이 넘었어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다이어리를 작성하다 보니 한 달이 끝난 후 자신의 결과물들이 생각보다 예쁘다고 느꼈다. 한 달이 끝날 때마다 내 형편없는 미적 감각으로 했음에도 다이어리에는 예쁜 은하수가 그려져 갔다. 또 하나의 은하수가 그려질 때마다 내 마음속에는 맑은 별 빛이 가득 채워져 갔다. 2021년에는 뒤늦게 다이어리를 시작해서 2달의 기간이 비어있다. 그것은 현재까지도 나에게 정말 아쉽게 다가오고 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그려나가기를 바란다. 그 당시에는 조금 귀찮을 수 있지만 힘든 순간이나 게을러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이뤄놓은 다이어리를 본다면 그건 분명히 당신에게 큰 힘이 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