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만둔 전 회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오랜 기간 해왔던 일도, 함께 즐겁게 웃으며 떠들던 직장 동료도 아닌 그 당시의 대표님과 같이 봤던 한 영상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왜 그 일을 하는지 알고, 어떤 사람들은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이 그 일을 왜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에서 시작해서 '왜'로 끝나죠, 그러나 정말 영감적인 사람들은 '왜'에서 시작해서 '무엇'으로 끝납니다"
사이먼 사이넥이 생각하는 정상인들의 골든 서클
유감스럽게도, 사이먼 사이넥은 나처럼 바보 같은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나 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하는지 안다고 했지만, 나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는커녕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도 몰랐었다. '내가 사람이 아니라서 무엇을 할지 모르나?'라는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오늘 아침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고릴라 치고는 너무 잘생겼기에 그 가능성은 배제시켰다.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내 열정이 왜 오래 못 갔는지 항상 궁금했었는데 what과 how가 없는 나였기에 아무리 why를 주입시켜줘도 작심삼일을 넘기지 못했던 것이었다.
나에게 적용된 골든 서클
대부분의 자기 계발이 쉽게 무너지는 이유는 아무거나 잡고 자기 계발이라며 스스로를 속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표에 맞고, 자신이 진짜 좋아할 수 있는 한 가지면 자기 계발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나는 그 무엇(what)부터 없던 사람이었기에 무엇을 할지 먼저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각각 20분씩 쓰면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것은 비교적 수월하게 써 내려갔지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하나의 단어도 적지 못 했다. 그동안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것들도 못 쓸 정도로 되는대로 살았을 줄은 몰랐었다. 그래도 사람인 이상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20분을 추가해가며 억지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
산책하기 / 맑은 공기 / 돈 / 양고기 먹기 / 연극 관람하기 / 수다 떨기 / 재미있는 책 읽기 / 자연이 예쁜 풍경 보기 / 성공 / 게임하기 / 맛있는 차 마시기 / 유튜브 보기 /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기 / 맛있는 음식 먹기 / 재미있는 주제로 상상해보기 / 게임 방송 보기 / 건강 제품
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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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었던 것
자신의 회사 경영해보기 / 강연해보기 / 책 써보기 / 클레이 사격하기 / 남에게 조언 주기 / 요리 배워보기 / 프로그래밍 배워보기 / 그림 그려보기 / 꽃놀이 가보기
사람인 이상 잘하는 것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경우도 있었다. 내가 그 말도 안 되는 문장의 주인공이었다. '앞으로 만들면 되지..'라고 억지로 위로하며 올라와있는 리스트 중에서 골든 서클에 적용시킬 수 있을 주제를 솎아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양고기 먹기나 산책하기에 골든 서클의 how나 why를 접목시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솎아내다 보니 의외로 좋아하는 것에서는 리스트가 나오지 않았고 하고 싶었던 것에서 많은 리스트가 나왔다.
자신의 회사 경영해보기 / 강연해보기 / 책 써보기 / 프로그래밍 배워보기
회사를 아무나 경영할 수는 없다.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경험과 자금, 아이디어 실행력 등이 있어야 되는데 현재의 나로서는 어림도 없었다. 강연도 이와 같았다. 꼭 강연을 해보고 싶기는 하였으나 강연을 하기에 내가 이룬 것이 전혀 없었다. 리스트 중 프로그래밍과 책 써보기는 한 번 해볼 만하겠는데? 란 생각이 들었고 그날부터 바로 해보기 시작했다. 둘 중 먼저 도전했던 것은 프로그래밍이었다. 프로그래머 하면 떠오르는 높은 연봉과 지적인 이미지를 자신에게 대입해가며 C언어와 알고리즘을 독학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생각한 자신의 이미지 불행한 현실 나름 열심히 C언어와 알고리즘을 공부해봤으나 너무 어렵고 재미가 없었다. 이에 ‘독학으로 해서 어렵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hrd-net을 통해 학원을 등록하 뒤 다시 도전해봤다. 하지만, 끝내 저 어려운 주제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몇 번의 좌절 끝에 프로그래밍은 리스트에서 완전히 제거되었다. 프로그래밍을 접은 후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매일 써나가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던가? 약 1년 동안 내 형편없는 재능으로 인해 좌절도 많이 겪었지만 프로그래밍과 달리 의지가 꺾이는 일은 없었다. 글을 쓰며 날아갈 듯이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의지가 꺾이지 않을 정도의 재미는 있었던 것이다. 저 수많은 좌절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하면 내 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방법을 생각하며 글을 수정해 나갔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what을 찾으니 how는 저절로 따라왔던 것이다. what과 how를 모두 가진 지금에서야 나는 과거의 자신처럼 좌절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는 why를 글에 넣을 수 있었다. 자신을 바꾸기 위해 많은 자기 개발서를 읽었지만 끝끝내 바뀌지 못 한 사람이라면 당신은 열정이 필요한 것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자신이 무엇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면 당신도 이번 기회에 자신의 what이나 how가 없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 봤으면 좋겠다.
거울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