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에서도 저그
브랜딩이 도대체 뭘까?
많은 사람들에겐 각자의 해답이 있지만 브랜딩을 공부하는 사람 중 하나로써 나만의 브랜딩을 확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있어 브랜딩이란 회사의 내부와 외부의 역할에 따라 그 옷을 조금 달리 입는 존재였다. 회사 내부로서는 자신들이 가야 되는 길을 명확하게 밝혀주는 북극성 같은 존재이고, 회사 외부로서는 많은 사람들을 한 번에 끌어들였다가 다 놓치는 마케팅이 아닌 아주 조금씩이라도 충성 고객들을 꾸준히 모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이다.
옛날 나침반 같은 것이 없을 때는 북극성을 바라보며 항해의 방향을 설정했다고 한다. 아마 많은 중소기업들을 경험해보신 분들이라면 '이 회사는 도대체 뭐하는 회사야..'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 중소기업은 그들만의 북극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항해를 하다가 '어? 저기 꽃이 예쁘네?' 하며 그쪽으로 가고, '저기는 왠지 돈 냄새가 풍기는걸?' 하면서 그쪽으로 가니 회사만의 강점을 잃어버리고 애매하게 된다. 회사 내부 브랜딩이란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한 가이드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커피가 최고다'라는 브랜딩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다른 것보다 커피의 종류를 넓히고, 맛을 깊게 하고, 향을 넓게 퍼지게 하는 것처럼 다른 것보다는 커피 본질에 중점을 둘 것이고 '커피는 조화가 먼저다'라는 회사는 대중화된 커피 몇 종류를 두고 카페의 인테리어나 디저트 등의 커피를 받쳐줄 수 있는 것들에 더 중점을 둘 것이다. 회사에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둘지 모르겠을 때 명확하게 그것을 짚어줄 수 있는 북극성 같은 한 문장이야 말로 내부 브랜딩이라고 본다.
내부 브랜딩을 만들 수 있다면 자신의 길을 잃었을 때 최소한 당신이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다. 아마 '그렇다면 내부 브랜딩은 어떻게 만드는 건데?'라고 의문을 품는 분들이 계실 것 같다. 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내 브랜딩의 예시를 들자면 나는 질문으로써 나의 브랜딩을 만들었다. 윗 문단의 영향을 받은 나의 내부 브랜딩 또한 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더 높은 행복을 위해서'. 나는 매일 글을 쓰고, 공부를 하는 등 자기 계발을 꾸준히 진행해 나가고 있다. '왜 하고 있을까?'라고 자문해보니 '현재의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라는 자답이 나왔다. '왜 벗어나고 싶을까?'를 다시 자문해 보니 '행복해지고 싶어서'라는 답이 나왔고, '왜 행복해지고 싶지?'라는 물음에는 더 이상 답을 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왜?를 계속 묻다가 더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게 되었을 때 그것을 나의 내부 브랜딩으로 결정했고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더 높은 행복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다. 당장의 행복을 생각해보려면 자기 계발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것이 맞다. 다만 나에게 게임은 1차원적 행복이기에 더 높은 차원의 행복을 위해서 1차원적 행복을 잠시 접어두고 자기 계발을 이어 나가고 있다.
외부 브랜딩을 봤을 때는 딱 하나 떠오르는 게 있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예시는 정말 들고 싶지 않았지만 8~90년대 생에게 유명한 게임 중 하나인 스타크래프트 '저그'의 '크립'과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저 가운데 보이는 건물을 토대로 그 주변에는 보라색 땅이 뒤덮여 있는 것이 보일 텐데 그 땅 위에 다른 외계 종족들은 건물을 짓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들만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그 보라색 땅은 일정 범위까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나지만 범위를 추가로 넓히려면 건물들을 지어야 된다. 이 방식을 보면서 진정한 외부 브랜딩은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다른 기업들은 감히 침범하지도 못할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설정하는 것. 여기서 그 영역은 오직 우리만 바라봐 주시는 충성 고객들이다. 만약 기존의 정책만으로 영역 확장에 한계가 왔다면 새로운 기획이나 이벤트라는 건물을 지어서 범위를 더 확장시키면 된다. 나는 스타벅스의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건물에서 나온 영역에 사로 잡힌 스타벅스 충성 고객이다. 뜨거웠던 여름날, 말라비틀어진 생일을 낭비하고 있던 나에게 스타벅스는 목이나 축이라며 음료 쿠폰 하나를 보내줬었다. 다른 기업들은 생일날 우리 쪽에 돈을 쓰라며 할인 쿠폰을 줄 때 스타벅스는 아무 대가 없는 한 잔을 내게 쥐어줬다. 난 단지 5~6,000원의 가격에 매료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을 줄 때는 스타벅스 먼저 검색하게 되고 친구와 카페를 갈 때도 스타벅스 위주로 가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세일이나 기념품 행사할 때 한번 우르르 왔다가 우르르 빠지는 것을 브랜딩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 나처럼 특별한 모든 날을 그 회사와 연관 지어 생각하게끔 세뇌(?) 시키는, 그런 것이 바로 외부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외부 브랜딩은 '조금 더 그들에게 진심을 다해서 다가가는 것'이다. 단지 인스타 맞팔로우니까, 내 브런치에 하트를 눌러줬으니까 그들에게 하트 하나 던져주고 끝이 아닌 그들의 인스타와 브런치를 실제로 읽고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나 내가 경험해 봤던 부분들에 댓글을 달며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육아나 전문적인 직종 같은 평소 접점이 없던 내용들에 대한 글들은 읽어도 이해가 안 되거나 공감이 안 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하트 말고는 내 마음을 표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아직 미약한 내 브랜딩 인식에 대한 숙제로 남아 있다.
자신에 대한 브랜딩은 자신이 어떤 길을 나아가야 할 때 나침반이 되어준다. 브랜드를 만들 때는 솔직히 좀 귀찮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할 수만 있다면 이 미로 같은 세상에서 최소한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되는지 정도는 확실하게 알려줄 것이다. 오늘도 당신의 자기 계발을 응원한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