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유기견 봉사 체험기
친구는 배달되지 않는다.
워렌 버핏의 유명한 명언 중 '나보다 나은 사람들과 어울려라'라는 문장이 있다. 정말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혼자가 익숙한 사람들에게 '나보다 나은 사람은 어디서 만날 수 있는데..?'라는 의문점이 떠오르게 만드는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나는 주변에 '나보다 나은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만날 사람'이 없다. 아무리 사회가 좋아졌다지만 우리가 서점에서 책을 사듯 일정 비용을 낸다고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친구로서 배달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좁디좁은 친구라는 인맥 속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이야 많았지만 그들은 나보다 잘난 친구지 나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하였다. 사람 이전에 친구였던 것이다. 애초에 일 년에 한 번도 겨우 만난다. ‘나보다 친구의 폭이 좁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통해 원래 알던 친구가 아닌 새로운 사람을 사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약간의 우울증도 들고 있는데 '지금의 인맥으로는 치료가 안 되었으니 새로운 인맥으로 시도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더 열심히 찾았던 것 같다. 어디서 어떻게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찾아야 되는지 고민하다 보니 오픈 카톡과 앱이 눈에 띄었다. 이런 SNS들은 취미나 특기가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기 때문에 다양성은 조금 떨어질지라도 전문성이 깊어진다. 무엇보다 길거리에 나가 모르는 사람들을 붙잡고 ‘너! 내 동료가 돼라!’를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방법이었다.
오픈 카톡과 앱. 저 두 가지를 이용하는 방법은 정말 단순하다.
오픈 카톡이나 모임 앱에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신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은 키워드를 치면 된다. 나는 앱에서 들어갔는데 플레이 스토어에서 ‘모임’을 검색하면 모임에 관련된 앱들이 쭉 나온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앱 하나를 설치 후 나이 성별 지역 등을 설정하고 검색 창에 키워드를 검색하면 된다. 처음에는 어떤 키워드를 쳐야 되는지 조차 알 수 없었기에 지역만 설정한 후 어떤 모임들이 있나 찾아보았다. 쭉 내리다 보니 확실히 흔히들 잘난 사람들만 모이는 모임들을 꽤나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내가 들어갈 수가 없었다. 잘난 사람들만 모으다 보니 들어가기 위해 그 잘난 기준을 통과해야만 했던 것이다. 아무런 스펙도 없는 나로서는 그저 그림의 떡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모임을 찾을 수 없었기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스펙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닌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모임을 찾기로 한 것이다. 자신의 단점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며 모임들을 쭉 내리다 보니 봉사 모임이 눈에 띄었다. 봉사 모임을 보자마자 속으로 ‘이거다!’ 싶었다. 당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든 간에 살아오며 이기적인 사람들을 최소 몇 번은 마주쳤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나 또한 이기적인 사람 중 한 명이다.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고 고치려고 해 봤으나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런 나라도 '봉사 활동과 함께라면 자신의 이 이기적인 성격을 조금은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되었고 봉사 모임을 가입해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봉사를 하며 만났던 사람들은 대부분 성격이 무척이나 좋았다. 남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며 질투나 미움 따위보다는 친절과 아량으로 먼저 다가와 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마치 학창 시절 착함으로 무난하게 인기 좋은 사람을 보는 느낌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런 사람들을 계속 만나다 보니 성격이 조금 유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린아이만큼은 아니겠지만 다 큰 성인이라 할지라도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나는 주변 환경을 봉사지로 설정 함으로써 긍정적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난 주로 유기견 봉사를 했는데 봉사를 가는 것은 힘들지만 봉사를 하며 개들을 케어하다 보면 의외로 자체 힐링도 많이 되었다. 평소 다른 동물에게 큰 관심이 없던 나마저도 힐링이 되었으니 평소 동물들을 좋아하던 사람들이라면 나보다 더 많은 보람과 힐링을 얻을 것이다. 2021년 2월부터 10월까지 한 달에 두 번을 목표로 봉사를 다녔다. 비록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겨우 다녔지만 꽤나 보람 있는 시간들이었다. 이런 앱을 사용하여 봉사를 다닌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술을 못 마셔도 상관없으며, 먼저 다가와주는 좋은 사람들이다 보니 사람들에 대한 부담도 많이 줄일 수 있다. 최소한 집에서 시간 낭비하는 것보다는 훨씬 유익한 시간이다.
그래서 우울증은 치료되었나요?
이 방법으로 인해 우울증이 얼마나 치료되었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울증을 어느 정도는 해소해줄 수 있다. 다만 완치될 정도로 보기는 어렵고 약이 아닌 영양제? 정도로 보면 딱 맞을 것 같다. 청소하며 운동하고(어쩔 때는 땀을 뻘뻘 흘린다), 시간 날 때 강아지들과 놀아주고, 복슬복슬한 털들을 쓰다듬으면서 많은 힐링을 할 수 있다. 봉사를 끝내고 개들과 나란히 쉬고 있으면 세상의 더러운 부분이 아닌 모처럼 세상의 깨끗한 부분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비록 사건이 하나 터져 봉사를 잠깐 쉬고 있지만 이번 연도가 지나기 전에는 봉사를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독자분들도 평소 주말을 낭비만 한다고 느끼셨다면 이번 기회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