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그 어렵고도 어려운 말
요 며칠 이유를 알 수 없이 안 좋은 몸 상태가 지속되었다. 혹시 스트레스 때문일까 싶어 마음 챙김이 가능한 책을 한 권 사서 읽는 중이다. '하루 한 장, 마음 챙김'이라는 책인데 다른 마음 관리 책들이 다 그렇듯 읽기에 어려운 문장이나 내용은 없었다. 다만, 따라 하기가 매우 힘든 문장들만이 있었을 뿐이다.
책을 읽다 보면 거울을 보며 '사랑해, 널 정말 사랑해'라는 말을 매일 하라고 조언한다. 당시 지하철에서 이북으로 읽고 있었는데 상당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단순한 감사 기도도 겨우 하는 내게 있어 자기 자신보고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은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었다. 애당초 책을 보며 '저런 말이 쉽게 나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라며 상당히 난감해했었다. 그러나 이미 책을 구매해서 읽은 것도 있고, 정말로 이 말로 인해 자신의 몸상태를 어느 정도 좋게 만들 수 있다면 손해는 없다고 생각하여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사랑해를 해보았다. 나름 정말 '사랑'이라는 감정을 담아서 나 자신한테 말하고 싶었으나 누가 봐도 억지로 하는 듯한 느낌의 '사.랑.해'가 나왔다. 표정에서는 정말로 하기 싫음과 어색함이 묻어나 있고 이런 톤으로 애인에게 '사랑해'를 말한다면 내 뺨을 때리고 울면서 도망갈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기 자신한테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은 내게 있어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그렇기에 '사랑해'와 비슷한 느낌을 가지면서 그보다는 난이도가 낮은 문장들을 거울을 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어이~ 거기 멋쟁이!'나 '햐~ 고놈 잘 났네~' 같은 문장들이다. 아까와 달리 꽤나 많은 진심이 들어가 있었고 거울 속의 나에게 스스로 윙크하는 여유까지 보여줄 수 있었다. 만약에 '사랑해'도 '멋쟁이'도 말하기가 힘들다면 '넌 변할 거야'나 '넌 변하고 있어'라는 문장으로 말을 해줄 수도 있다.
옆에서 보기에는 상당히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 자신에게 긍정의 말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신이 나는 일이었다. 진심을 담은 '멋쟁이'라는 말은 나 자신을 신나게 했고 '할 수 있어!'라는 말은 나 자신이 고칠 수 있는 부분들을 다시 일깨우게 해 주었다. 자신에게 하는 말에 따라 자신의 기분을 조금씩 변경할 수 있던 것이다. 진심이 담긴 '사랑해'나 '날 용서할게'라는 말도 할 수만 있다면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억지로라도 기분을 느껴 볼 수 있을까 싶어 거울의 내게 저 말들도 건네보았으나 진심이 담기지 않은 국어책 읽기 같은 말은 내 기분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도 주지 못 하였다. 오히려 억지로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만 생겨났을 뿐이다.
아직 하루밖에 하지 않았지만 진심을 담을 수만 있다면 내 기분을 상승시켜줄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회색 같던 느낌에 하늘색이나 핑크빛이 조금 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그 효과가 엄청나진 않았고 내가 평소에 드리고 있는 '감사 기도'와 비슷한 정도의 느낌을 받았다. 일상생활에서 먹는 영양제 같은 느낌이다. 20대 중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면 꾸준히 챙겨 먹는 영양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자신의 몸에게만 주는 영양제 못지않게 마음에 주는 영양제도 중요한 법이다. 그동안 마음으로 하는 영양제를 먹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에 거울을 보며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