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조류보다는 마케팅 능력이 올라갈 수 있다.
한 때는 나 자신을 최소한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어디서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 실력의 30%는 숨겨라'라는 문장도 있지 않은가? 나도 최소한의 나만 보여주고 입사한 후, 이력서에 써내지 않은 능력들을 발휘하여 그 회사의 에이스가 되는 것을 꿈꾸기도 했다. 이미 평균보다도 부족했던 내가 거기서 30%를 숨긴다는 것은 출발 선상에도 오르지 못한 다는 것을 모르고 말이다. 나 자신을 숨긴다는 생각은 의외로 금방 고쳐졌다. 자신을 숨긴 이력서로는 그 어떠한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으니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그때의 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 후에야 조그마한 회사에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자기 계발을 공부하면서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마저 부족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작새는 구애 대상에게 자신을 뽐내기 위해 동그란 무늬가 있는 윗꽁지덮깃을 부채모양으로 펼치면서 구애 활동을 한다. 조류도 자신을 어필할 때 대상을 확실히 정하고 그 대상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키는데 나는 '언젠가 한 명쯤은 내 가치를 알아봐 주겠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젠 하다 하다 조류한테도 1패를 기록했지만 낙담하지 않고 승리자인 그 녀석의 행동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내가 새머리라며 우습게 여겼던 그 녀석이 사실은 STP 마스터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STP
Segmentation - 시장 세분화
Targeting - 고객층 지정
Positioning - 대상에 맞춰 마케팅 전략의 차별화
Segmentation는 시장을 소비자의 니즈와 편의, 인구 통계, 연령, 나라 등을 기초로 시장을 그룹화해서 분류하는 작업을 말한다. 공작새의 느낌으로 보자면 구애 활동을 할 대상을 일단 같은 조류로 1차적 분류를 하는 것을 말한다.
Targeting은 Segmentation을 통해 나눠진 그룹에서 내 제품에 맞는 나이, 성별, 이슈 등등을 생각해서 고객층을 확고히 정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을 예로 들자면 서울에 혼자 거주하는 20대의 반려견을 키우는 남성을, 공작새를 예로 들자면 자신 주변에 있는 조류 중에서도 어느 정도 나이가 된 암컷 공작새로 자신의 깃털을 뽐낼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Positioning은 타겟 소비자에 맞춰서 경쟁자 대비 나만의 특성을 만드는 것이다. 자료를 찾으며 'Reason To Buy'를 줘야 된다는 문장을 찾았는데 Positioning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문장이 아닐까 싶다.
다른 공작들이 암컷 공작에게 깃털의 아름다움만을 뽐낼 때 깃털들을 부채 모양으로 흔들며 부채춤을 보여준다던가! 자신의 발톱과 부리가 적들을 쫓아내기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차력쇼를 보여준다던가 하는 식이면 암컷 공작의 마음을 얼마나 강하게 사로잡겠는가? 뻔하디 뻔한 깃털 펼치기에 비해 부채춤과 차력쇼는 신선하면서도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는 전략이 될 것이다. 몰랐는데 유튜브로 찾아보니 공작새가 구애 활동으로 진짜 부채춤 비슷한걸 춘다
이제 공작에게 배운 것을 따라 해 보기로 했다.
나의 Segmentation은 크게 한국이라는 나라와 현재 상황이 힘든 사람들로 분류를 나누었다. 한국을 정한 이유는 내가 사용하는 브런치나 블로그가 한국인으로서 접근하기 쉬운 플랫폼들이기 때문이다. 힘든 사람들에 대한 분류는 내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이 힘들었던 시절을 어떻게 넘겼는지에 대한 경험들이기에 내 시장에 포함했다. Targeting은 한국과 힘든 사람들로부터 한국에 거주하는 2~30대의 자기 자신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까지 줄였다. 4~50대에도 자신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은 많겠지만 이제 30살인 나에게는 저분들의 경험을 충분히 공감하기 힘들 테고 그렇게 되면 자칫 내 노력을 잘못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30살이니 지금 20대가 30대 초반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야 말로 내가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시장이란 생각을 했다. 내가 남성이니 자기 자신을 바꾸고 싶으나 방법을 모르는 20대 남성까지 줄일까 하다가 자기 계발에 남성 여성의 차이는 크지 않을 것 같아서 성별은 통합시켰다. 마지막 Positioning은 시대와 경험을 주제로 삼았다. 60년대 생의 20대와 90년대 생의 20대는 엄연히 다르다. 나는 내 나이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내 나이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다가섰고, 남들보다 조금 떨어지는 사람으로서 바보도 따라 하고 이해하기 쉽지만 일반인이라면 더더욱 쉬운 행동에 대한 지침서를 내놓고 있다. 브런치에 8수 하면서 합격한 이유도 마지막 8번째에 나의 글이 아닌 브런치가 좋아할 만한 글로 자신의 글을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뭐.. 지금은 다시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쓰고 있지만 말이다.
살다 살다 구애하는 공작새로부터 깨달음을 얻을지는 몰랐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조류는 나의 스승이 되어 있었다. 앞으로 남을 '새머리'라고 부르는 것은 조금 자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