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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 Mar 28. 2022

시각, 미각, 후각으로 자기 계발 하기

오감으로 넛지 체험하기 첫 번째(1/2)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아주 가볍게 개입함으로써 상대방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에 있다. 넛지의 대표적인 예로써 피아노 계단을 들 수 있는데 말 그대로 계단을 밟으면 피아노 소리가 난다. 처음 접하기에는 꽤나 신기해서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굳이 계단을 밟아보며 이동한다. 이처럼 '억지로 하세요!'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바로 넛지다. 자신의 습관을 더 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넛지를 내 일상에 녹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난 넛지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내 주 목표는 'A라는 행위를 함으로써 내가 원하는 목적이 떠오를 수만 있다면 성공'으로 가정하였고 그렇게 나를 실험체로 삼은 연구는 시작되었다.


 첫 번째로 도전한 넛지는 넛지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시각적 넛지였다.

습관 일기를 작성한다면 일기를 책상 눈에 띄는 곳에 두고 공스타그램을 한다면 SNS를 핸드폰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는 것. 그게 바로 시각적 넛지다. 그저 눈에 잘 띄는 곳에 둬서 자연스레 행동으로 옮기는 시각적 넛지는 넛지 중에서도 매우 유명한 축에 속한다. 나는 습관 다이어리를 작성하는데 위치는 오직 책상 위에만 둔다. 아무 생각 없이 책상을 훑어보다가 눈에 다이어리가 띄면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했던가?’ 이렇게 자신에게 되묻게 되고 안 되어있는 습관이 있으면 그걸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다이어리 같은 기록장을 넛지의 메인으로 두면 습관을 통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자신의 습관이 악기나 야외 운동처럼 부피가 크거나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는 거면 시각적 넛지의 한계가 오기 쉽다. 이럴 때 다이어리에 내용들을 작성해두면 그 다이어리를 보자마자 머릿속에 자신이 해야 되는 목록들이 떠오르게 되어 시각적 한계가 있는 것들도 한 번에 정리하기 쉽다. 대체로 시각적 넛지는 접근법도 쉽고 이런 확실성이 있기에 넛지의 사례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시각에 비해 다른 오감에 관한 넛지는 사례가 적은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다이어리에 목록들을 같이 작성해두면 다이어리만 봐도 목록이 떠오른다.


 두 번째로 도전했던 것은 바로 미각적 넛지이다.

처음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각으로 넛지를 이끌 수 없을 것 같았다. 세상에 많이 발전하기는 하였으나 아직 다이어리 맛 콜라나 SNS 맛 젤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이어리를 이빨로 씹어볼까 하는 진지한 고민도 했었지만 얼마 안 남은 내 존엄성을 차마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 없어 그 방법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시도했던 것이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무언가를 먹어보자'였다. 어렸을 적 친구들과 피시방을 즐기고 집 가면서 붕어빵을 사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바삭한 붕어빵을 먹을 때면 그때 친구들과 피시방을 즐기던 생각이 종종 난다. 미각적 넛지에서는 이런 추억 효과(?)를 이용하고자 했다. 생각이 정해진 후, 글을 쓸 때마다 커피를 마셨다. '나중에 커피를 마실 때 글이 생각나겠지?'라는 희망과 함께 계속 마셔봤지만 다른 장소에서 커피를 마실 때 글은 생각나지 않았다. 오히려 글을 쓸 때 커피가 생각이 나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기만 했다. 그렇게 완전 실패인 줄 알았으나 추후 커피를 마실 때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문득 들 때도 있었다. 단, 혼자 어딘가에 앉아서 조용히 커피를 마실 때 생각이 나는 경우였고 여전히 친구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거나 밖에서 어딘가로 이동하며 커피를 마실 때는 여전히 글에 대한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 다만 글을 쓸 때마다 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무엇인가를 마신다는 행위가 글을 쓸 때의 순간 집중력을 회복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무언가를 마시며 글을 쓴다는 행위가 뇌 속에 각인된 것만 같았다. 미각에서는 뜻하지 않은 좋은 효과를 거두고 후각으로 넘어갔다.


 세 번째로 선택한 것은 후각이었다.

후각에서는 많은 기대를 품고 시작하였다. 사실상 커피를 미각으로 시작해서 그렇지 커피의 향도 자신의 행동을 이끄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의 차 안에서 커피 방향제 냄새를 맡았을 때 ‘커피로 넛지를 이끌어내는 글을 썼었는데 갑자기 기억나네’ 정도의 생각은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미 커피는 미각적 넛지로 사용했으니 이번에는 다른 향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으나 커피가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던 만큼 이번에는 흔하게 접하기 힘든 특정 향수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향수 하나를 정하고 이 향을 맡을 때마다 다이어리가 생각나기를 기대하며 하루에 한두 번씩 다이어리와 자신의 몸에 향수를 뿌렸다. 처음에는 ‘후각을 넛지로 사용해 본다’라는 의식을 가지고 향수를 뿌리다 보니 향 그 자체보다는 향수를 다이어리나 자신의 몸에 뿌리는 순간이 기억으로 남았다. 그렇게 몇 번을 더 도전해본 결과 일상 생활중 문득 향수 향이 느껴졌을 때 잡생각 나듯이 다이어리가 잠깐 떠올랐었다. 유감스럽게도 그걸로 끝이었다. 커피는 글을 쓰는 그 순간 마시기에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향수는 다이어리라는 물체에서 향을 맡는 것이었기에 ‘해야 될 일들을 행동으로 옮겨야지!’라며 생각된 것이 아니라 ‘아! 다이어리!’하고 끝이었다. 다이어리를 생각하고 나서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겠지만 미각에 비해 행동력이 조금 부족하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후각을 사용하는 방법이 생각보다 좋을 것 같았으나 의외로 제한이 많았다. 향을 사용하는 것이다 보니 향수를 사용하면 지속성이 오래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디퓨저를 쓰자니 그 향은 행위에 배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배게 되었다. 향수를 뿌리고 글을 써 봤지만 직접 마시는 커피를 상대로는 집중력의 회복력이 많이 떨어졌다. 미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부분은 후각에서도 사용하기에 똑같이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직접 해 본 결과 저 둘은 활용 방식이 달랐다. 커피는 마시며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다시 영감을 줄 수 있었다. 다만 향수를 사용한 향은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없지만 갑자기 문득 향이 느껴져 A라는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하였다. 즉 커피는 마실 수 있기에 B라는 세 토막의 시간 속에서 지속적으로 자극을 줄 수 있다면 향수는 C라는 일곱 토막의 시간을 가지고 자극을 살짝 줬다가 사라지고, 다시 살짝 줬다가 사라지고를 반복하였다. 필자의 의도와는 다르지만 어찌 됐든 향수로 다이어리를 기억하기는 반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었다.


위가 미각이고 아래가 후각이다. 미각은 짧은 순간에 큰 집중력을 후각은 긴 시간에 낮은 집중력을 보였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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