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으로 넛지 체험하기 두 번째(2/2)
오감 넛지 1탄 : https://brunch.co.kr/@zqrd2960/71
네 번째로 도전한 촉각은 너무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
촉각으로 넛지를 유도하려면 B라는 무언가를 만짐으로써 A라는 원래의 목적이 생각나야 되는데 자신의 주변을 B라는 재질로 도배하기도 힘들뿐더러 너무 비효율 적이었다. 차라리 다른 넛지들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효율도 높아 보였다. '다른 방법으로 저렴하게 촉각을 이용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중 평소 몸에 자주 닿는 것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글을 쓸 때마다 그 촉감을 느끼고 있으면 다른 상황에서 그 촉감을 느낄 때 글이 떠오르지 않을까 해서였다. 자신에게 특정 촉각이 닿는 상황으로 자신이 원하는 행위가 기억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에 나는 평소 몸에 자주 닿는 것을 팔에 대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몸에 자주 닿는다는 말에 ‘옷인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수건이다. 옷이 몸에 자주 닿기는 하지만 너무 다양한 상황에서 같이 있기에 넛지에 대한 유도는 힘들다고 보았다. 그에 비해 수건은 주로 몸을 닦는다라는 한 가지 용도 밖에 없어서 다른 용도를 추가하기 쉬울 것 같았으며 수건을 쓴다는 것은 씻는 행위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함으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하기 쉬울 거라 생각했다. 새로운 촉각에 대한 생각을 끝마친 후 책상과 아래팔이 닿는 부위에 수건을 놓고 키보드를 치기 시작했다. 실험은 마른 수건과 젖은 수건 번갈아 가며 써보았다. 수건이 몸에 가장 오래 닿는 시간은 샤워를 끝마친 후 전체적으로 닦을 때다. 그래서 아침이나 운동 후 샤워를 할 때 가장 효율이 크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지만 두 상황 다 ‘죽겠다’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침에는 ‘피곤해서 죽겠다’라는 단어만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운동 후에는 ‘힘들어서 죽겠다’라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작문이라는 단어가 아주 가끔 약하게 떠오르긴 했지만 '죽겠다'라는 번개 폭풍 앞에 한낱 작은 나룻배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촉각은 나에게 그다지 좋은 효율성을 나타내지는 못 했고 다른 기발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한 촉각은 놓아주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도전한 것은 청각이었다.
청각은 클래식과 백색 소음으로 시작하였다. 가사가 있는 노래를 듣자니 가사가 신경 쓰일 것이 뻔했기에 가사는 있는 음은 무조건 제외시켰다. 청각과 넛지를 합칠 때 가장 신경 썼던 것이 그 음이 우리의 행위를 방해해서는 안 되면서 우연스럽게 우리를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잔잔한 클래식풍 음악이 어울릴 거라 생각했고 글을 쓰며 클래식을 듣기 시작했다. 클래식은 유튜브에서 검색하여 여러 곡으로 긴 시간 동안 재생되는 것을 들었다. 확실히 클래식을 듣다 보면 마음의 안정을 줬으나 음이 너무 좋기에 오히려 작문이 아닌 클래식에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 감미로워서 그런지 '자고 싶다'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기에 이번에는 클래식이 아닌 백색 소음을 틀기 시작했다. 방법은 똑같이 유튜브를 활용하였고 처음에는 비 소리를 틀었다. 클래식과 다르게 음에 빠져버리거나 '자고 싶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나 추후가 고민되기 시작했다. 이 실험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이 특정 음이 들렸을 때 글 쓰기라는 행위가 떠오르기를 바라며 실험을 진행했지만 유튜브 말고 빗소리를 자연스레 유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장마 기간에 잠깐 쓰기 위해 준비하는 것은 효율이 지나치게 낮다고 보았다. 그래서 좀 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백색 소음을 찾기 시작했고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이 도서관 백색 소음이었다. 조금 익숙해지고 나면 나중에 추가적인 백색 소음 없이 도서관에 가기만 해도 집중력을 높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시작했으나 도서관 백색 소음을 지속하면서 상당히 인위적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내가 덫을 파고 그 안에 스스로 빠지는 것과 같은 억지스러운 인위적인 느낌이 계속 든 것이다. 실패의 원인은 아마 '나'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평소 도서관을 가지 않는 나이기에 도서관 백색 소음이 전혀 익숙하지 않았고 그 결과 자연스러울 수 있었던 실험을 억지스럽게 받아들인 것이다. 벌써 2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정말로 익숙한 소리 한 번만 더 도전해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도전한 생활 소음은 키보드 소리다. 거의 매일 노트북으로 글을 작성하는 나에게 키보드 소리는 너무나도 익숙한 소리였다. 한 번 생각해보자. 일부러 소리가 크게 나는 키보드를 제외하고 자신이 컴퓨터나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키보드 소리를 느낀 적이 있었는지 말이다. 타자를 지속적으로 오래 치는 일이 아닌 이상 없을 것이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게임 소리에 키보드 소리가 묻혔을 것이고 그림을 주로 그리는 사람은 마우스의 빈도가 더 높다 보니 키보드에 신경을 비교적 안 쓰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그렇기에 효율이 높았다. 키보드 소리에 조금이라도 집중될 때는 오직 글을 쓸 때뿐이었으니 자연스레 키보드 소리와 글을 연관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는 글을 쓰며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키보드 소리 asmr은 작문을 할 때 집중력을 높이는 용도의 백색 소음으로 사용하고 있다. 글을 쓰려면 글 거리를 고민해야 되고 글 거리를 고민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딴생각으로 빠져들 때가 있는데 키보드 asmr 소리는 딴생각에 빠져든 나를 다시 글의 세계로 인도해 주었다. 딴생각할 때를 대비한 보험의 느낌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내 오감을 활용한 넛지 실험은 이걸로 끝이 났다. 나에게 있어 실험의 의도대로 가장 효율이 높았던 순서를 따지자면 시각 > 미각 > 청각 > 후각 > 촉각 순이다. 넛지 중에서 유난히 시각에 관한 내용이 많던데 확실히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실험이었다. 어떻게 보면 넛지의 ㄴ자도 안 들어간 것 같은 엉뚱한 실험이지만 이 글로 인해 '많은 분들이 아주 작은 영감이라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글을 작성하였다. 오늘도 독자분들의 자기 계발에 많은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