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아 얘는 못 생겼는데 글을 쓰고 있네. 제정신인가?'라는 악플이 여러분한테 달렸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많은 사람들은 '뭐지? 얘야말로 제정신인가?'라며 글을 삭제하거나 신고를 할 것이다. 이것은 비판이 아닌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비난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다른 사람들을 지나치게 신경 쓴다는 점인데 나 또한 이것 때문에 평소 많은 고통을 받았다. 요즘은 그때에 비해서 남들로 인한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데 그 이유는 '건강한 어쩌라고'를 알고 나서 그것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어쩌라고는 흔히 뻔뻔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자신이 먼저 잘못을 했지만 뻔뻔함으로 인해 뒷 일 생각 없이 '어쩌라고?' 하고 끝내는 것이다. 내가 이 글에서 어쩌라고 라는 단어를 썼을 때 살짝 거부감이 든 사람들이 있다면 저런 나쁜 사례들이 생각났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사용할 어쩌라고와 기존의 뻔뻔한 어쩌라고의 차별점을 둘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고 그 답으로 나온 것은 '양심'이라는 작은 단어였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건강한 어쩌라고인 것이다. 건강한 어쩌라고는 뻔뻔함이라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강인함이라고 표현하면 될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도 살면서 억울한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혼나거나, A라는 사람이 종로에서 뺨 맞고 괜히 나한테 화풀이하는 그런 경험들 말이다. 이럴 때 사용해야 되는 것이 어쩌라고 다. 나는 평소 주변 사람의 기분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초식 동물 중에서도 토끼 같은 사람이었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으르렁에 눈치 보고 저기 크르릉에 눈치 보고.. 이제는 나로 인한 문제가 아니면 '어쩌라고'라는 생각과 함께 최대한 무시한다. 자신과 전혀 상관 없는 일들에 겁먹은 초식 동물 마냥 눈치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이 있고 없고는 자신의 일을 지속하는 것에 있어 집중력이 달라진다.
단 건강한 어쩌라고를 사용하려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잘못을 저질러놓고 '나 원래 이런 사람인데 어쩌라고'라는 문장이 나온다면 인성의 성장은 거의 물 건너갔다고 봐도 될 것이다. 실제로 세상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뭐 어쩔 건데?'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거의 이길 수 없다. 논리나 말이 전혀 통하지 않기에 이길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는 것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이 한 행동을 직접 겪어야 조금 조심해지며 끝이 난다.
위와 같이 뻔뻔한 사람들이 더 편하게 사는 세상인 것은 맞다. 우리가 매너를 지킨다고 했을 때 남들도 꼭 매너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착한 행동에 복이 오고 저들의 나쁜 행동이 벌이 내릴 거라 믿는 것은 어찌 보면 나약하고 한심한 자기 위로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매너를 지켜야 되는 이유는 그런 작은 순간들이 쌓여서 '자신'을 만들기 때문이다. 고집과 아집은 결국은 그 사람에게 묻어나올 수 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만큼은 자기 자신의 뻔뻔함을 위한 어쩌라고가 아닌 자신의 안정을 위한 어쩌라고를 사용하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