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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 Apr 21. 2022

꽃놀이에도 자격이 필요했을까

 고등학생부터 30대가 된 지금까지 꼭 해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루지 못했던 그 거창한 것은 다름 아닌 꽃놀이다. 봄에 꽃들이 화려하게 피었을 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경치 좋은 곳에 돗자리를 피고 도시락 먹으면서 꽃들을 감상하는 꽃놀이. 어떤 사람에게는 매 년 너무나도 손쉽게 이루는 것이 나에겐 한 가지의 갈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사실 꽃놀이를 갈 수 있던 상황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굳이 억지로 사람을 모은다면 그래도 같이 가줄만한 사람이 몇 명은 있었다. 그럼에도 가지 않았던 것은 나에겐 꽃놀이에 가서 즐겁게 놀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뭔가 바보 같은 생각이긴 하지만 오랜 시간의 갈망은 단순한 꽃놀이를 신혼여행급으로 그 격을 높여주었다. 신혼여행에는 결혼이 필요하듯이 꽃놀이에도 그에 걸맞은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성적으로 조금만 생각해봐도 상당히 바보 같다는 것을 알 텐데 난 아직도 그것을 못 벗어내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이런 감정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글을 보며 비웃고 있는 독자분들에게도 '난 ~~ 때문에 행복해질 자격이 없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꽃놀이 따위에 자격은 필요 없는 것처럼 여러분이 그것을 극복하는 것에 있어서도 별다른 자격 따위는 필요 없다. 굳이 하나 필요하다면 우리 모두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꽃놀이에 자격은 필요 없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행복에도 굳이 자격은 필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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