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나이가 없을 뿐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전 항상 자신의 나이에 대해 걱정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나 또한 27살 때 '난 이룬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이미 망한 인생이다, 뭘 하기에 난 늦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30대인 지금의 내가 봐도 웃기는 문장인데 40대나 50대의 분들이 보기에는 참 어처구니가 없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아무것도 없었던 내 27살은 남들에 비해 늦은 27살이 맞다. 이미 자신의 꿈을 찾아 사업을 하는 친구들이나 자신의 능력을 뽐내며 대기업에서 열심히 일 하고 있는 친구들과 비교해봤을 때 난 확실하게 늦은 사람이었다. 다만 내 눈에는 보이지 않던 가능성들이 나이가 더 있으신 분들의 시야에는 보였을 뿐이다.
내가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글을 보며 어처구니없어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의 연세 혹은 나이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나이가 늦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저 때의 나와 같은 분들이다. 50살이신 분들이 '난 무엇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었어'라고 말하시는 것을 80세이신 분들이 듣기에는 어처구니가 없으실 것이다. 어쩌면 너무 어이가 없어서 뒷목을 잡고 쓰리 지시지 않을까. 80세까지 갈 것도 없이 60세까지만 가도 허허.. 하며 웃어넘기실지도 모른다. 내 27살도 저분의 50살도 최선의 선택만 했던 상상 속의 자신에 비해 많이 늦은 것은 맞다. 다만 우리 모두 아직 끝난 나이가 아닐 뿐이다.
28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처음 제대로 된 공부라는 것을 시작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느 정도의 후회는 가지고 있다. '내가 28살이 아닌 8살에 공부를 시작했으면 많이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는 솔직히 많이 가지고 있다. 다만 '그래도 38살이 아닌 28살에라도 시작할 수 있던 것은 다행이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 38살에 시작했으면 48살에 시작한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설령 내가 58살에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아직도 그런 나를 보며 '넌 아직 늦지 않았다'며 나를 응원해줄 어르신들은 세상에 많다. 초고령화 시대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너무 늦었다'라는 문장보다는 '늦지 않았다, 나보다도 어리지 않나?'라는 문장을 듣기 더 쉬워질 것이다. 결국, 자신에게 늦은 나이는 있어도 세상이 보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나이가 많다고 느낀다면 다르게 볼 수도 있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분명 젊은 사람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따라가지 못할지언정 그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나도 가끔 고작 2년 전의 내가 작성한 기획서를 보며 '뭐가 이렇게 허술하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톡톡 튈지언정 근거도 부족하고 계획도 너무 부족한 것이다. 그때 당시 사업 기획서 모집 광고에는 다 떨어졌었으니 만약 했다면 빚을 내서 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그랬다면 지금쯤 많이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늦은 나이는 분명히 있다. 다만 끝난 나이가 없을 뿐이다. 이 글이 자신이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한 혐오를 조금은 지우고 조금은 마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바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