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사 Apr 30. 2022

'망한 날' 공부하는 방법

그저 흐르게 두는 것

 살다 보면 참 다양한 종류의 '망함'을 받을 수 있다. 지원에 떨어졌을 수도 있고, 주식이 떨어졌을 수도 있고, 입상에 떨어졌을 수도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날들은 하루 종일 낮은 집중력을 유지하게 될 수밖에 없다. 나 또한 성공의 기억보다는 실패의 기억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 우울한 실패를 겪을 때마다 매일 해야 되는 자기 계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슬픔에 집중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기에 자기 계발을 할 시간이나 집중력은 거의 없을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 난 오히려 자기 계발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저 타이머를 세팅하고 내 뇌 속에서 50%는 계속 슬퍼하고 나머지 50%로 오늘의 자기 계발들을 생각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저 시간을 때우는 식으로 앉아있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절망에 있을 때 공부하려고 해도 어차피 집중은 하나도 되지 않는다. 내 인생은 왜 이따구인가 싶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삶에 희망이 있는지 따위를 생각하게 된다. 그럴 땐 슬픔을 잊으라고 하는데 정말 잘 훈련된 사람이 아니면 잊기 힘들다. 우리가 '회색 코끼리를 상상하지 마!'라는 문장을 보고 바로 회색 코끼리를 상상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억지로 잊으려 할수록 머릿속에 더 강하게 남기에 차라리 반 정도는 계속 슬퍼하고 나머지 반으로 그 슬픔의 영역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더 좋다.


 이 방법이 좋은 이유는 슬픔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임과 동시에 단순한 슬픔으로 자기 계발을 포기하지 않게 해 준다는 점이다. 설령 슬픔으로 인해 집중력이 낮은 자기 계발을 했다고 하더라도 괜찮다. 오늘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1년이 지나서 자기 계발 다이어리를 다시 볼 때면 특정 날의 슬픔 따위는 보이지 않고 자신의 대견함만 보이게 된다.

(2022년 3월에 자기 계발한 내용들은 적은 표다. 일 년에 이런 게 12장씩이나 나오다 보니 '이 날은 슬펐구나'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고 '이 달도 하루도 빠짐없이 다 했구나!' 이런 것만 보인다.)


  우리는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슬픈 날에 집중이 더 잘 될 수는 없다. 다만 낮은 집중력으로나마 노력할 수는 있다. 단순히 그날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서 자기 계발이 포기당하지 않는 것. 오늘의 집중력은 하찮고 실낱 같더라도 그 실낱이라도 이어서 내일의 집중력에 갖다 붙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자기 계발을 더 길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포인트이다.

작가의 이전글 늦은 나이는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