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기분에 꼭 감사 기도드려야겠니?
'제발, 제발, 제발...'
나름 간절한 마음과 정성을 다해 공모전을 제출한 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이제 슬슬 공모전 발표가 났겠다 싶어 들어갔는데 진짜로 공모전 합격자들이 발표가 되어 있는 것 아닌가? 마치 로또 1등 당첨을 바라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기분으로 이번에는 좀 과실을 맺었기를 바라며 결과 발표 창을 열었다. '이런 제기랄..' 내 이름이 있기를 나름 간절히 바랬건만 그 어디에도 내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씁쓸함이 몰려왔다. 로또 50장을 구매했는데 단 하나도 맞지 않으면 딱 이 기분 이리라. 이거 말고 다른 공모전도 있었으면 '난 이 공모전에 내 모든 걸 걸겠어!'라며 위안이라도 하겠지만 내가 제출했었던 공모전은 이미 다 발표가 난 상황이었다. 눈앞에서 태풍 앞 촛불처럼 희미하게 빛나던 희망이 어느샌가 태풍 앞에 사라져 있었다.
자신의 낮은 실력에 비관하며 산책을 하고 있는데 문득 오늘의 감사 기도를 드리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하.. 이런 날도 꼭 감사 기도를 드려야 되나' 솔직히 딱히 감사 기도를 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앞으로 가질 희망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미 가지고 있던 희망이 모두 꺼진 상태에서 무슨 감사 기도란 말인가? 하지만 감사 기도를 그냥 건너뛰기에는 오늘도 여전히 날은 맑았고, 자기 계발도 다 한 상태였으며, 별 다른 공포증이나 공황 장애도 없었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악착 같이 감사 기도를 들여왔는데 하루의 기분 때문에 안 하기도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중에 포기하기 아깝다며 꾸역꾸역 감사 기도를 드리는 나를 보며 살짝 어이가 없기도 했다.
더 어이가 없었던 건 그런 바보 같은 나의 모습에 화가 풀렸다는 점이었다. 가끔 애인에게 화가 났을 때 애인의 엉뚱한 행동에 화가 풀린 경험이 아마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내가 화나고 내 엉뚱한 모습에 내 화가 풀렸지만 저 경우와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다. 상당히 별로인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 기도의 성능은 꽤나 확실했다. 솔직히 감사 기도를 드린다고 해서 없던 희망이 다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잠깐 멀어졌던 절망이 아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감사드릴 것이 조금은 남았던 오늘을 위해, 언젠가 괜찮아질 그날을 위해 난 오늘도 감사 기도를 드렸던 것이다.
감사 기도에 대한 효능을 정확히 찾아보려 했지만 크게 신빙성 있어 보이는 내용은 찾지 못했다. 대부분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 같더라' 정도의 글이었다. '기도'라는 단어까지 넣어서 검색 범위가 너무 적었나?라는 생각에 '감사의 효능'만 찾아봤지만 이 역시도 정확한 과학적 증거나 의학적 증거를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몇 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봤더니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내더라' 정도의 글만 찾을 수 있었다. 글을 찾는 도중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는데 다이돌핀(Didorphin)이라고 감사를 하거나 감동받을 때 나오는 호르몬이 따로 있다는 내용이었다. 엔도르핀의 4,000배의 효과와 항암 효과가 있는 호르몬이라는데 따로 검색을 더 해본 결과 실제로 존재하는 호르몬은 아닌 것 같다. 이왕 존재 안 하는 거면 사람들이 꺼려하는 숫자인 4가 아니라 7 같은 걸로 해서 엔도르핀의 7,000배의 효과를 가졌다는 말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감사 기도를 드리는 것은 예전 읽었던 '우울할 땐 뇌 과학'이라는 책에서 소개한 '상승곡선'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 한 가지의 부정적인 생각만 하지 않는다. '늦으면 어떡하지? -> 늦으면 가서 또 엄청나게 혼나겠지? -> 나보고 오늘까지 회사를 다니라고 하면 어떡하지? -> 잘리면 또 어느 회사에 가야 되지?' 조금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본 내용이다. 이런 식으로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런 상황은 자신의 정신 건강을 더욱 피폐하게 만든다. 의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도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보다 몸에 더 좋다는 것은 실제로 겪어본 내용들일 것이다. 그걸 알고 있다면 거꾸로 '부정적인 생각을 이어가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생각을 이어 갈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할 것이고 그 생각에 대한 내용이 바로 저 '상승곡선'이다.
때로는 정확한 과학적 증거가 없어도 알고 있는 것들이 있다. 예전 민간요법을 사용했을 때 우리는 과학적 증거를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닌 '~한 것 같더라'라는 이유 때문에 그것을 행했었다. 일부 민간요법들은 그 당시에 단지 과학이 충분히 발전되지 못해서 뒷받침이 없었을 뿐 틀린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감사'에 대한 것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 언젠가 과학이 더 발전되면 어떤 느낌으로 감사하면 정확히 어떤 것이 활성화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