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무난하게 오래 쓸 수 있다는 착각과 함께 글을 많이 쓰는 곳에 들어갔다. 현재 브런치에서 일주일에 3회씩, 그것도 거의 5개월 정도를 연재하고 있었으니 글을 더 많이 쓴다고 해서 그렇게 까지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출근 4일째. 약 6,500자 이상의 글을 쓰고 있으니 글을 쓰는 것이 조금씩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글을 너무 많이 써야 되서 힘들어 하는 우리들에게 팀장님은 웃으며 "지금은 입사한지 4일 밖에 안 되었으니 그 정도만 쓰지만 3달째 정도 되면은 하루 15,000자 이상을 써야한다"는 얘기를 하셨다. 평소 팀장님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저렇게나 험악한 말을 해맑게 웃으시면서 하시는걸 보면 보통 분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서 글을 쓰는 것은 취미로써, 쓰고 싶어서 쓰는 브런치의 글과는 그 차원을 달리 했다. 8시간 동안 글에 대한 공부만 하고 글만 계속 쓰고 있으니 머리가 아파왔다. 무엇보다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은 글을 써야 된다는 것은 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머리가 아프면서 부담으로 더욱 빠르게 글을 쓰고 있으니 디테일은 계속해서 죽어갔고 글의 질은 눈에 띄게 낮아져갔다. 그 때 떠오른 것이 '견뎌야 프로'라는 말이었다. 이전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감이 오는 것 같다.
어떤 분야에 있든 자신을 시험하는 고난과 역경은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회피주의자들은 그동안 고난과 역경이 올 때 마다 꾸준히 회피를 해왔다. 어린 나이에서는 그래도 됐었고 실제로 그렇게 편해졌기 때문이다. 단, 그 고난과 역경을 어떻게든 이겨내며 나아가던 내 친구들은 지금의 내가 올려다봐야 하는 사람으로 변했고 나는 그들이 내려다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항상 회피만 하던 나에게도 이 분야에서 계속 나아가고 싶다면 이정도는 약한 고난이라는 것이 무의식 중에 들기 시작 했다.
내가 고난과 역경을 뛰어넘기 위해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었다. 높지 않은 재능으로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려 하다보면 자연스레 시간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 동안은 그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너무나도 아까웠었다. 회사와 나는 어디까지나 계약으로 얽혀 있던 사이였고 내가 회사를 위해 투자할 시간은 8시간이 다였다고 생각 했었다. 어떤 분들이 보기에는 바보 같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젊은 친구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가 원하는 직종 위에서의 야근은 마냥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야근에는 회사만을 위한 야근이 있고 나를 같이 성장시킬 수 있는 야근이 있었다.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에게 맞는 직종이었다. 그 동안 회사에서 했던 야근들은 나의 미래에 비춰볼 수 없었지만 내게 맞는 직종을 찾았을 때 이 직종에서의 야근은 나의 미래를 비춰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두 번째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방법은 바로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이었다. 하루의 계획을 미리 세우고 그 계획에 맞춰 행동을 했다. 늦으면 더 빠르게, 빠르다면 조금은 여유를 갖는 식으로 시간을 계획해 나가기 시작 했다. 야근을 하며 자신의 실력이 늘어나는 것처럼 느끼기도 하지만 그 기본은 '고난'과 '역경'이기에 시간 관리를 하며 불필요한 야근은 예방 했다. 모든 분들이 우려하는 대로 가끔 일이 터져서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 할 때도 있었지만 내가 있던 곳은 그렇게까지 급작스런 일이 자주 터지는 곳은 아니었다. 혹시라도 매일 일이 터지는 곳이라면.. 이 연봉으로는 무리라는 문장이 먼저 나왔겠지만 그렇게 일이 자주 터지지는 않았었다.
마지막으로는 웃음으로 다가가는 사람들을 조금씩 늘려갔다. 회사에서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는 사람들이 늘어가다보니 회사나 일에 대한 부담이 3%정도는 줄어들었다. 특히나 나 혼자 남았으면 참 아찔했을 일들이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같이 남다 보니 뒤틀린 안정감으로 되돌아왔다. '나만 힘든 게 아니야! 우리 모두 같이 힘들다 야호!'에서 시작된 신남의 뒤틀림은 고난과 역경이라는 고통이 내게 찾아와도 그 아픔을 조금은 더 수월하게 견디게 해주었다.
나는 아직도 고난과 역경은 좀 피하고 싶어하는 주의다. 무난하게 살다가 갑자기 막 5개 다 맞는 로또 1등 당첨되고 그 돈으로 조금씩 빼 쓰면서 인생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아직 오지 않았고 고난과 역경이 먼저 찾아 왔다.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많은 고난과 역경을 맞아가며 살아갈 것이다. 그럴 때 마다 각자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방법으로써 꺽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계속 걸어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