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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 May 19. 2022

내가 최고라는 자만과 자부심

옛날에 내가 창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이런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네가 실제로 S급도, A급도 아닌 B급의 물건을 팔고 있다고 하더라도 너 자신만큼은 네가 파는 물건에 대한 높은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B급이 아닌 S+를 판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라는 말이었다. 틀린 말로 보이지는 않았기에 그때는 그저 '그렇군요'라는 단순한 단어와 함께 저 좋은 조언을 넘겼었다.


그 오래전 문장이 다시 떠오른 것은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던 때였다. 아무래도 시장조사를 하다 보면 경쟁 기업을 조사할 수밖에 없었고 내가 마케팅하려는 물품과 경쟁사의 물품의 강점, 약점을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내게 주어진 마케팅 과제가 아무리 봐도 경쟁사 물품에 비해 부족해 보였다는 것이다.


그때 문득 오래전에 들었던 저 조언이 생각났다. 비록 내가 마케팅하려는 것이 상대방의 물품보다 부족할지라도 나만큼은 최고라고 알고 있어야 한다는 그 말. 그렇게 마인드를 바꾸고 나니 신기하게도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제품의 장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경쟁사의 물품은 이 쪽 물품의 상위 호환이 아니었다. 각각의 장단점은 명확했으나 단지 이쪽이 마케팅하려는 제품은 경쟁사의 물품에 비해 상당한 후발주자였을 뿐이었다.


내가 판매하려는 물품과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안마 의자를 예로 들어보면 모든 사람이 안마력이 뛰어난 안마 의자를 원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안마력보다도 가격을 중요시 여길 수도 있고, 이사가 많은 사람이라면 제품의 크기나 무게가 상관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안마의자조차 하나의 디자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제품으로도 이렇게나 많은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는데 마케팅 초보였던 나는 단순히 안마력만 보며 우리의 제품이 부족한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내가 최고다라는 자만과 자부심은 엄연히 다르다. 자신이 남에게 앞세울 것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자연스레 위축하게 되고 사람들은 그것을 귀신처럼 알아차린다. 실제로 내가 쓴 글들만 봐도 '이건 꽤 괜찮게 썼다'라는 글과 '아.. 이 글은 좀 별로긴 하지만 글을 올릴 시간이라서 어쩔 수 없네'라는 글의 하트나 조회수는 차이가 심하게 난다. 자신은 티 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자연스럽게 다 티가 나는 것이다.


사실 그 거창한 '최고'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없이 좋아 보이는 경쟁사의 물품이나 매력 넘쳐 보이는 저 사람도 최고는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최고'라는 단어를 비교적 쉽게 쓴다. 최소한 자기 안의 자부심에서 만큼은 나의 물품이 최고이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자신이 혹은 자신 주변의 무언가가 좀 부족해 보인다면 최소한 자기 자신만큼은 '이것이야 말로 최고다'라는 단순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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