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 세제·규제·법제 3制 뒷받침이 필수
매일경제신문 오피니언 기고(2023-08-29)
해외 진출 기업이 복귀하는 리쇼어링이나, 우방국에 입지하는 프랜드쇼어링이 지금 미국·일본·유럽연합(EU)·대만 등 선진 각국의 화두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화와 자동화로 거의 모든 노동을 일부 또는 전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는 미·중 갈등 격화 이전부터 대대적 공급망 재편을 예고했다. 인공지능·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은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 확대로 저임금 국가에서 판매시장 근접·낮은 기술 채택 비용 입지로 기업을 이미 이동시키고 있다. 이는 국제 분업 및 투자를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오프쇼어링이 많던 선진국 제조기업의 활발한 유턴은 예상된 일이다.
여기에 미·중 헤게모니 경쟁은 미국이 기존 글로벌 공급망을 중국과 비우호적 국가들로부터 분리하는 디커플링에 나서게 했다. 그래서 지금 유턴은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에서 철수하는 각국 기업들이 주축이다. 특히 첨단·신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전기차 연관 공급망 기업들의 중국 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미·중 대결 지속으로 장기적 추세가 될 것이다.
미국은 칩스법, IRA법이 발효된 지 정확히 1년이 지난 지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두 법이 발효된 2022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발표된 미국 내 제조업 투자 계획은 2040억달러(약 260조원)에 이르며, 이는 두 법 발효 전인 2021년 미국 전체 투자액의 2배, 2019년의 20배 수준이다. 총 투자 건수 75건 중 약 30%인 21건이 반도체 관련 투자로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 공장, TSMC와 인텔은 각각 애리조나·오하이오 공장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이런 작금의 상황이 우리나라에 꼭 불리하지만은 않다.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의한 자동화와 디지털화가 유턴의 핵심 요인인데, 우리나라는 GDP 대비 R&D 비중 세계 2위, 고급 기술 제조 수출 비중 6위, 고급 기술 특허 비중 3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 지수 2위로 제조업 혁신이 세계 최상위권이다. 이는 유턴 기업 유치를 위한 기술적·경제적 기반이 탄탄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해외진출기업복귀법(유턴법)'으로 리쇼어링을 지원했으나 성과는 저조했다. 유턴 기업 수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26개로 연평균 14개인데 일본 500개, 미국 2000개에 비하면 미미하다. 또 대기업 중 현대모비스가 유일하게 복귀했으나, 이마저 지원에서 탈락할 정도였다.
이를 타개하려고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새 공급망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 투자 지원에 적극 나섰다. 내년부터 유턴 기업 소득세·법인세 감면을 '5년 100%+2년 50%(총 7년)'에서 '7년 100%+3년 50%(총10년)'로 확대하는 세법 개정안도 발표했는데, 즉시 입법으로 시의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유턴 기업을 더 많이 유치하려면 노동시장 규제의 획기적 유연화, 적극적 디지털화·자동화 투자 인센티브, 고품질 기술 인력 제공 인프라 확대 등을 더해야 한다. 또 반도체 이외 산업에도 기업 선호 입지를 적극 제공해야 한다. 맞춤형 지원 패키지의 원스톱 서비스도 중요하다.
이러한 정책들은 공급망 재편을 경쟁력 강화와 경제적 재도약 기회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