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과 소비자 편향이 만날 때
데일리 임팩트 <세상 돌아보기> 칼럼(2023.09.27)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으로 가격만이 시장에서 소비자 행동에 관한 종합적 정보를 제공했던 상황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디지털 플랫폼은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해서 과거 추정이 어려웠던 소비자의 성향과 특성을 본인도 잘 모르는 것까지 알아냈다. 과거에는 이런 정보가 있어도 개별적 성향의 규명과 분석은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의 발달로 개별 성향과 특성은 물론 그 실시간 변화도 읽을 수 있다.
문제는 디지털 플랫폼의 소비자 조종에 소비자 자신의 행동 특성들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편향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진 정보에 지나친 가중치를 부여하는 현저성 효과, 과거의 신념·가설들을 확고히 하는 방법으로 정보를 검색·해석·선호·기억하는 확증편향, 더 이상 최적이 아닐 때도 현재에 큰 가중치를 두는 현황편향, 먼 미래에 발생할 보상은 기하급수적으로 할인하는 조급성, 단기적 충동 절제에 실패하는 자제력 부족이 이에 속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이용자 행동 분석으로 이 편향들을 이용할 수 있다. 특정 정보를 두드러지게 하는 프레이밍 선택, 수익이 날 수 있게 하는 현황 디자인, 중독성 행태 유발, 충동소비 조장과 검색 기피경향 악용 등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
소비자 편향과 기업 대응에 관한 연구는 수십 년 되었다. 예컨대, 헬스클럽은 매번 요금을 받기보다 정기회원권을 판매한다. 이는 헬스클럽이 기대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매일 돈을 내고 운동하러 오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전략들은 디지털 플랫폼이 많은 소비자 편향 또는 행동 결함의 구석구석을 빅데이터로 학습·이용하는 것에 비하면 사소하다.
플랫폼의 목표는 소비자에 관한 지식을 시장력과 결합하여 이윤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윤의 일부는 플랫폼의 효율성에서 나오나, 나머지는 소비자와 광고주에게서 추출된다. 이는 결국 소비자가 행동편향 때문에 플랫폼에 손해를 입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서 디지털 플랫폼은 전통기업보다 더 많은 정보뿐만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의 다양성과 선택·출시 시점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 즉, 디지털 기업은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가격을 발견할 수 있게 해서, 과거의 지불 의사에 따라 차별할 수 있다. 사용자가 정하기 전 이미 컴퓨터 프로그램에 미리 정해진 값인 디폴트(default), 같은 사안도 제시방법에 따라 해석이나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인식 왜곡 방식인 프레이밍(framing), 어떤 행동을 부추기려고 옆구리를 찌르는 행동인 넛지(nudge)가 소비자들을 조종하는 핵심 수단이다.
예컨대, 디지털 플랫폼은 이용자가 ‘언제 감정적으로 “흥분 상태(hot state)”에 있는가?’와 ‘구매하지 않던 제품을 언제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이용자 데이터의 실시간 분석을 이용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가 소비자의 이동전화로 그가 피로해서 불만감이 아주 높아질 때까지 추적해서, 그에게 광고와 정크푸드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악용은 눈길-추적 센서들, 텍스트 메시지와 이메일에 표현된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디지털 플랫폼 보유 빅데이터를 결합해서 가능해졌다.
디지털 플랫폼은 디폴트, 프레이밍, 넛지를 빈번하게 사용한다. 이용자가 새 서비스를 받기 위한 가입절차를 마치면, 그 양식은 그 서비스가 이용자에게 이메일을 하게 허용하는 체크박스에 자동 체크되어 있다. 이용자는 그 체크를 제거해서 이메일을 받지 않을 수 있으나 대개 디폴트대로 사용한다. 또한 검색에서 첫 페이지의 결과들은 대개 스폰서된 것들이어서 그렇지 않은 결과를 보려면 반드시 더 아래로 스크롤링해야 하나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보다 더 문제는 디지털 플랫폼의 상세하고, 맞춤화되고, 실시간으로 행해지는 인터페이스 통제(interface control)다. 이 통제는 이용자가 행태적 기법들에 조종당할 때, 플랫폼이 경쟁, 선택, 자율권의 양태를 사실상 마음대로 할 수 있게 재량권을 부여한다. 이렇게 디지털 플랫폼은 빅데이터와 기계학습으로 전통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인 선호를 조종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시장에서는 플랫폼과 이용자들의 정보와 분석능력 차이가 극단적으로 크다. 이게 플랫폼이 서비스와 광고에 더 높은 가격을 매기고 행태 차별을 하는 배경이다. 그래서 플랫폼은 이용자 데이터 추출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이용을 시작하면 중독 상태에 이를 때까지 붙어있게 만들며, 더 많이 사용하게 자극한다. 이렇게 해서 소비자들을 더 정확히 조준하면 모든 이익을 거의 독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조차 아직 이 조종과 중독으로부터의 폐해나 잠재적 피해를 상세히 알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경쟁정책 전환만으로 디지털 플랫폼의 소비자 행동편향과 소비자 정보 악용으로 발생하는 이슈들을 해결할 수 없다. 이는 시장에서 수익성을 가지려면 기업이 어느 정도 소비자 행동편향을 이용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데서 연유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기업은 시장에서 축출될 수 있어서, 문제 해결이 대단히 복잡하고 어렵다.
그러나 소비자 편향에도 불구하고 시장 경쟁이 중요한 이유는 현명한 소비자에게 잉여가 이동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플랫폼이 추출한 이윤은 정보가 충분한 소비자를 향한 경쟁에 사용된다. 그러므로 이용당하는 데 대항해서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소비자는 디지털 플랫폼들의 경쟁으로 상당한 이익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가 불충분하면 심지어 완전경쟁이 이루어져도 일부 이용자만 유리할 수 있다. 결국 디지털 플랫폼은 경쟁정책 전환만으로 풀 수 없는 보다 광범위한 소비자 보호 문제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이 새로운 시장환경에 적절한 경쟁정책과 규제정책 대응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