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선 Mar 06. 2023

감사의 조건

내 일상에로의 초대(2022.1.17)

아내가 성화여서 점을 빼러 갔습니다. 눈발이 아주 멋있게 날리는 길을 달려 대림동으로. 젊게 살라는 아내의 말에 그게 대수냐고 늘 말했지만 그래도 못이기는 척 따라 갔습니다.


피부과 의사 선생님은 저희와 아주 자별한 사이입니다.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제가 써서 한 부 기증한 "AI 임팩트"를 읽은 이야기부터 생명정보학을 공부해보려고 의사로 살면서 늦은 나이에 애써 코딩과 컴퓨터 공부를 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즈음 저처럼 늙어가는 사람들이 늘 마음에 저절로 떠오르는 '인생은, 사람의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공통적인 의문을 서로 이야기할 기회도 가졌습니다. 이즈음 읽어가면서 너무 놀랍게도 이 질문에 대한 한 그럴듯한 이야기 일 수 있는 말이 가득찬 책을 추천도 했습니다. 그린의 "엔드 오브 타임"


다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세탁물을 맡기고 족발과 굴강정을 사서 저녁거리로 들고 생굴 두 봉지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강의와 상담에 수고한 아내를 위해서 굴을 넣고 시원한 김치국을 끓였습니다. 둘이 앉아서 족발과 굴강정과 김치국을 오손도손 먹으며 테레비를 보고 이런 저런 세태를 이야기 했습니다. 늘 저녁이면 함께 앉아 아내와 테레비를 함께 봅니다. 아이들이 독립하고 난 이후 아내와 이렇게 한가하게 늘 저녁을 맞습니다.


아내가 초저녁에 조용히 잠이 들자, 갑자기 홀로 자리에 앉으니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가는 이날들이 모두 다 감사의 조건 입니다. 아주 평범한 당연해 보이는 것들에 대한 감사가 주 내용입니다.


이렇게 독립되고 번영하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는 나라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쟁을 하지도 않고, 코로나가 지나가고 있지만 질병에도 굴하지 않는 사회와 사람들을 주시고 저희가 살아나가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가족 중 아무도 아프지 않고 일상을 아무런 일 없이  평온하게 지내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하루의 일용할 양식을 늘 풍성하게 예비해 주셔서 걱정하지 않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소용돌이 치는 세상에서 늘 다른 사람들을 세우셔서 저희를 지키심으로 저희에게 목자가 있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놀라운 사람들의 지혜와 지식과 상상을 책을 통해서 늘 대할 수 있게 하시고, 수 많은 재능을 가진 음악가와 화가와 가수들을 주셔서 그 놀라운 음성과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이따금 여행할 때마다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다양한 자연의 경이로움과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모든 일들을 다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 그 깊은 사랑과 은혜를 영적으로 체험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캄캄한 밤 홀로 앉아서 고요한 가운데 하나님을 부르고 하나님께 이렇게 감사드릴 기회를 주시고 그 기도를 들어주심을 감사합니다.


기도하고 눈을 뜨니 저희 집에서 이제 11년이나 함께 산 강아지 범이가 네 다리를 넓게 펼치고 세상 모르고 잠이 들어 코를 곱니다. 아마 제 주인이 옆에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그렇게 널부려져서 잠을 잡니다. 하나님이 지키시기에 제가 또한 강아지처럼 안연하게 잠을 자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삶은 이렇게 지속됩니다. 어제가 오늘과 이어지고 오늘은 내일에 이어지는 일상의 연속이나 그러나 이게 기적임을 다시 알게 됩니다.


이따금 저도 나라 일을 걱정하고, 사람들과 사회와 교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도 걱정도 하고 비판도 하고 그렇게 삽니다.


그러나 이 일상을 지내면서 마음에 이렇게 하는 것보다 리더십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앞에 나서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 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기도에 누가 되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장 합당한 리더를 주시고 그도 우리도 모두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도우려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새 출발을 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사방을 돌아보고 인간적인 방법으로 이 상황을 타개할 리더와 묘책이 있을까 생각을 해보지만 합당한 리더도 제대로 된 계책도 제 눈에는 보이지 않네요.


얼마 안되는 세월을 살았지만 대개 저는 이럴 때마다 십자가 앞에 기도 방석을 놓고 무릎을 꿇어 왔습니다. 지금 저는 멀리 떨어져 쳐다보는 국외자이지만 그러나 간절히 무릎을 꿇게 됩니다.


이 나라와 이 백성이 너무 귀하고, 제가 사는 이 감사한 일상이 제 스스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작가의 이전글 북핵 대응, 공세적·비대칭적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