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모든 내용을 암기할 필요가 없는 이유
요즘 마인드맵이나 노트를 이용해 책 전체의 목차와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는 ‘독서법’을 설명하는 숏폼 콘텐츠를 자주 보게 되는데요. 학창 시절 시험공부를 떠올리게 하는 이 방법도 좋지만, 반드시 그렇게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경험 상 아무리 좋은 책을 읽더라도 그 책의 전체 내용을 통째로 기억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책 한 권에서 나의 생각과 일상을 의미 있게 바꿀 ‘딱 하나의 통찰’만 찾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하나의 인사이트만 얻을 수 있어도 2만 원 남짓의 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지거든요. 큰 영향을 받은 책들을 떠올려 보더라도 그 책들의 모든 내용이 잘 기억나지는 않아요. 하지만 하나같이 읽고 나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더불어 아무리 훌륭한 저자라고 하더라도 모든 생각이나 의견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감 가는 내용이 많은 책을 읽다가도 어떤 부분에서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가끔은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비판적인 관점이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판적인 생각이 드는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도 좋지 않은 책이라고 하기는 힘들어요. 앞에서 말했듯 한 권의 책에서 딱 하나의 통찰만 얻어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인풋이 됩니다. 나와 같은 생각이나 혹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내가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생각과 의견을 구체화하고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고 얻은 한 두 가지의 의미 있는 통찰로 내가 직접 내린 결론이나 나의 생각을 글로 써 보는 방법을 좋아합니다. 이것이 두꺼운 책을 읽더라도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효율적인 방법이라 믿어요. 두꺼운 그 책을 통째로 암기하지 않더라도요.
물론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책도 있습니다. 그래도 슬퍼할 필요는 없어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그 책을 읽으면 그때는 읽을 수 없었던 인사이트가 보일 때도 있습니다. 책을 읽을 당시의 상황과 생각이 내가 그 책에서 어떤 통찰을 발견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선택적 주의‘라고 한다고 해요. 지금 몰두하고 있는 관심과 고민에 따라 내가 인지하고 경험하는 것이 달라진다는 이 개념은 독서에서 뿐만 아니라 언제나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래서 실망했던 책에게도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하다고 믿어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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