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OO의 시대는 끝났다’, ‘OO은 사기다’와 같은 말로 관심을 끕니다. 자극적인 어그로가 조회에 도움이 되니 제목만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영상이나 글의 내용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 분들은 본론에서도 적극적으로 극단적인 주장을 펼칩니다. 여러 이유로 그것들이 무용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여전히 무용하다는 그것으로 좋은 성과를 낸 사례를 요즘도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지금 정석이라고 말하는 것들 중에 무용론의 공격을 받은 것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가치투자가 있습니다. 경제공황 이후 1970년 말은 가치투자의 전성기였다고 합니다. 이때 수많은 가치투자의 전설들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닷컴버블과 코로나 직후 요동치는 주식시장을 보며 가치투자가 제시하는 수익률을 비웃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더 이상 저평가된 회사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치투자는 여전히 투자의 정석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요즘, 다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마케팅에서는 세그멘테이션이 무용론의 공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도 15년이 훌쩍 넘은 대학교 마케팅 원론 수업에서 배운 것이니 세그멘테이션이라는 개념도 수십 년이 된 프레임워크로 추측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고객들의 취향과 선호가 극도로 파편화되어 있는 요즘 고객들을 분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도 일정 규모 이상을 이룬 플랫폼이나 서비스에서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 중에 하나는 세그멘테이션의 끝판왕이라 볼 수 있는 로열티 프로그램입니다. 나아가 세그멘테이션은 로열티 프로그램과 같은 실행뿐만 아니라 귀납적으로 고객을 이해하는데 여전히 핵심적인 수단으로 마케터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브랜드에도 회의론이 있었습니다. 단기적으로 직접적인 성과를 측정하기 힘든 브랜드의 특성 때문에 한 때 스타트업에서는 브랜딩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유행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에어비앤비가 검색 광고보다 브랜드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발표한 기사는 더 이상 놀랍지 않으며,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퍼스널 브랜딩을 외치며 브랜드를 공부하는 것 또한 일상적인 모습이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도 브랜드는 중요한 마케팅 투자 중 하나입니다.
이런 사례는 끝도 없이 많습니다.
저는 극단적인 무용론이 반복되는 이유가 그것들에게 필요한 질문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변화고 기술이 변합니다. 각 회사나 개인이 처한 상황과 맥락은 모두 다릅니다. 이럴 때 필요한 질문은 “이제 기존의 것을 어떻게 변주해야 하지?”가 아닐까요?
우리는 자주 정답과 오답 사이에 수많은 연주법이 있다는 사실을 잊습니다. 실용적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답을 찾아 무용하다고 판단해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무엇이든 지금의 나에게 잘 맞는 연주법을 찾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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