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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직 Oct 12. 2023

숙달과 성장의 차이

점진적 과부하의 원칙을 기억하자


1. 회사에서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나는 이미 지금 하는 일을 충분히 능숙하게 하고 있는데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요? 굳이 승진이나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대로만 잘하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2. 이런 질문은 대부분 7~8년 정도 회사를 다닌 사람들에게 많이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보통 이런 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어요. 주위 동료들로부터 ‘손이 빠르다’, ‘일을 빨리 배운다’는 소리를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그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담당했던 업무나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 좋은 성과를 낸 적도 있어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어요. 상사나 후배들에게 ‘믿을 수 있는 팀원’, ‘배우고 싶은 선배’라는 평가도 받아 보았을 거에요. 하지만 그런 분들에게도 이런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다채로운 커리어의 큰 그림과 그 그림을 채우는데 필요한 성장의 농도를 알아채기 전에 본인의 역량에 대한 이른 확신은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다른 글에서도 썼지만 특히 커리어의 시작점에서 앞으로에 대해서 너무 많은 것을 확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나와 내 주위의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내 가치관과 생각은 어떻게 변할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크게 성장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곤경에 처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무언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현재의 능숙함으로 길게 남은 커리어의 긴 여정을 충분히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일입니다. 


4. 이를 위해 우리는 숙달과 성장의 차이를 구분해야 합니다. 운동을 한번 생각해 봐요. 같은 기간 동안 열심히 운동을 하더라도 누군가는 크고 강한 근육을 얻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 결과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점진적 과부하(Progressive overload)의 원칙’이라고 해요. 최근에는 많은 운동 유튜버들이 소개하여 운동을 좋아하는 분들은 한번쯤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점진적 과부하의 원칙은 간단해요. 어제보다 오늘 조금이라도 더 무거운 무게로 운동하지 않으면 근육의 성장은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50kg을 들었다면 내일은 51kg를, 그리고 다음 달에는 60kg을 들어야 점점 더 무거워지는 무게에 근육이 맞춰 성장한다는 것이 점진적 과부하의 원칙입니다.


5. 물론 늘 같은 무게로 운동을 하더라도 ‘변화’는 있을 것입니다. 매일 같은 무게로 운동을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운동을 훨씬 더 쉽게 할 거에요. 같은 무게의 운동에 내 근육과 몸이 매일 조금씩 적응하고 익숙해지기 때문입니다. 매일 성실히 운동을 하지만 정작 근육에는 큰 변화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5년, 10년 동안 헬스장에 매일 출석하며 꾸준히 열심히 운동을 하더라도 몸에 큰 변화가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점진적 과부하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운동에 ‘적응’ 할 수는 있어요.


6. 이 두 가지 운동법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믿습니다. 매일 조금씩 무거운 무게를 들려고 한다면 매일의 난이도는 조금씩 높아집니다. 대신 우리는 조금씩 근육이 크고 단단해지는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같은 무게로 운동을 하면 시간이 갈수록 체감하는 난이도는 낮아질 거에요. 그리고 우리는 우리 몸과 근육이 같은 운동에 익숙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 ‘숙달’이라 생각합니다. 무언가에 익숙해져 실수없이 능숙하게 해내는 것을 숙달이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능숙하게 들지 못하는 무게를 들기위해 과감한 실수와 실패를 거쳐야 합니다. 처음 들어보는 무거운 무게에 도전할 때는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몰라요. 우리는 성장과 숙달을 구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경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숙달에는 익숙함이, 성장에는 낯섦이 필요합니다.


7. 우리가 즐겨 하는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스테이지를 계속 플레이하면 그 스테이지의 난이도에 익숙해져 실수 없이 더 빨리 그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수 있게 될 거에요. 그 숙달의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짜릿함도 있을 것이구요. 하지만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같은 스테이지만 계속 플레이하면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게임의 엔딩을 보는 보람과 성장은 경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엔딩을 보고 싶은 사람들은 어렵고, 그래서 실수를 하더라도 지금의 스테이지에 익숙해지고 나면 다음 스테이지에 도전해야 합니다. 


8. 지금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서 나는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에 숙달되고 있는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익숙함과 ‘숙달’ 만으로 앞으로 길게 남은 커리어에서 필요한 ‘성장’을 낙관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숙달로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매일 같은 무게로 운동을 하면서 언젠가는 지금과 다른 몸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매일 같은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면서 언젠가는 이 게임의 엔딩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도 같구요. 저는 운동이나 게임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전반에도 ‘점진적 과부하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9. 물론 모든 일에는 숙달이 필요합니다. 같은 난이도의 반복적인 경험으로 우리는 무언가를 숙달할 수 있고, 그 숙련된 경험과 익숙함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 높은 생산성은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성장에는 필수적으로 많은 시도가 필요한데, 높은 생산성은 더 많은 시도를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언가에 숙달되고 나면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 것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성장은 어제보다 무거운 무게를 들 때 일어나니까요. 해 보지 않아서 불편하고 걱정되는 일의 뒤에 성장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장에는 몰입이 필요한데, 몰입 이론을 주장한 칙센트미하이에 따르면 본인의 능력보다 조금 더 높은 난이도의 일을 할 때 가장 깊게 몰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10. 시인 TS 엘리엇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무 멀리 가는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본인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안다. 저는 스스로를 우물 안에 가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익숙함'의 우물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일 조금씩 무거운 무게에, 조금 더 어려운 스테이지에 도전해야 합니다.


더 깊은 이야기는 인스타그램 @zseo_hj, 링크드인 @서현직으로 DM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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