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조 시미즈와 다이키 스즈키에게 듣는 네펜데스의 역사
기사원문 : http://www.nepenthes.co.jp/feature/85/english.html
네펜데스가 설립된 후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습니다.
케이조 시미즈 (이하 K) : 제가 설립 당시 원했던 모습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다.
다이키 스즈키 (이하 D) : 참 많은 일들이 있었죠. 일단 제가 늙어버린것이 느껴집니다.
인간의 심장박동처럼 자연스럽게 지나갔다고 생각하지만, 30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에요.
30년동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믿을 수 없을 정도죠. 현재 제 모습과 회사가 어떨지에 대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된건가요?
D : 제가 막 20살이 되었던 1982년도입니다. 시미즈상이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죠.
저는 학교에 출석하는게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에 일주일에 5~6일은 그곳에서 일을 했어요.
시미즈상의 첫 인상은 매우 무서워 보였습니다. 첫 회식 자리에서 파티를 열었을 때 그 곳에서 시미즈상과
처음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시미즈상이 저를 보고는
"저 예의없는 놈은 도대체 누구냐"라고 물어봤던 기억은 나네요. 그 무렵 시미즈상은 지금처럼 안경을 끼지 않았고 헤어 또한 장발이었습니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죠.
다이키씨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K : 저는 그 때 24살쯤 되었을 겁니다. 일단 저에게 다이키의 첫인상은 매우 말라보였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입는지에 대해 한 눈에 알아봤어요. 다른 직원들과는 옷을 입는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했죠. 물론 좋은쪽으로 말이죠. 그 당시 제 주변 사람들은 모두 수입의류를 입고 있었어요.
D : 저는 주로 치노팬츠에 버튼-다운셔츠를 입곤 했어요.
그리고 제 옷장에는 대부분 꼼 데 가르송의 의류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을거에요. 조금은 단정한 스타일링으로 입고 있었으니까요.
직장을 다니고 있는 동시에 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왜 그렇게 된건가요?
K : 전 아주 예전부터 적어도 30살이 되기 전까지는 독립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다이키와 함께 다녔던
그 회사에서 저에게 지점을 운영할 기회를 줬었고, 그 경험은 제가 현재 경영을 할 수 있게끔 초석을 닦게 해줬어요. 제 목표가 더욱 뚜렷해지기도 했죠. 만약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면 미국의류 뿐만 아니라 유럽의류들도 같이 취급하겠다고 생각했죠.
다이키씨는 시미즈씨가 사업을 시작할것이라는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요?
D : 네 알고 있었습니다. 전에 그에 대한 것들을 저에게 말씀해주셨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저 또한 그 사업을 같이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어요. 농담 비스무리한 말이었지만 만약 시미즈상이 정말로 저를 필요로 한다면 저는 미국으로 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1989년, 두 분이 서로 만난지 7년만이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시미즈씨는 일본에서 다이키씨는 미국으로 건너갔죠.
운영체제는 지금과 별로 다를것이 없어 보입니다만 초장기에는 어떤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셨나요?
D : 저는 보스턴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 살고 있었어요. 그 때는 전화와 팩스만이 시미즈상과 저 사이의 유일한 소통수단이었죠.
K : 이전 직장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미네소타에서는 엔지니어 부츠를 찾고 텍사스에서 카우보이 부츠를 찾았습니다. 이미 의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모두 갖추고 있었죠.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우리는 같은 장소로 여행을 갔다가 지역 전화번호부를 통해 비즈니스가 가능한 곳을 찾았고, 지역 중고품점의 정보를 기반으로 저희가 찾는 제품을 수소문하기도 했어요.
그 후 다이키는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이사를 갔죠. 이유가 뭔가요?
D : 보스턴에서 여러 브랜드와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했었지만 그들은 대부분 교외 도시에만 담당자를 두고 있었어요. 그 담당자들은 적은 수량의 샘플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뉴욕에 위치한 쇼룸을 방문하는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저는 뉴욕으로 옮겨가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사업을 하는것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K : 그 당시 미국에는 다양한 브랜드들의 쇼룸과 같은 전시공간이 있었습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같은 공간에도 있었죠. 그리고 그 당시에는 일본인 바이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을 때 입니다.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거취를 옮긴 뒤, 그 다음에는 샌프란시스코로 옮겼죠.
D : 아마 그때가 31살이 된 시점이었을겁니다. 사실 샌프란시스코는 제가 항상 살고 싶었던 곳이었어요.
그때는 사업에 대한 경험을 꽤 쌓았던 시기라 샌프란시스코로 옮겨가도 큰 문제는 없을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우리가 취급하던 MMSW, THINK TANK, JOHNSON LEATHER와 같은 주요브랜드들도 대부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K : 우리는 지역상점을 통해 로컬-브랜드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상점의 지인들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 후에는 그 브랜드와 협력하여 상점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D : 그 상점에서도 NEPENTHES의 의류들을 취급했지만. 전체적으로는 NEPENTHES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공동으로 운영되었으니까요. 우리는 NEPENTHES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정말 많이 애썼습니다. 그 때 NEPENTHES만의 매장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죠.
그것이 뉴욕으로 돌아온 이유인가요?
D : 네 맞아요. 시미즈상과의 회의 끝에 뉴욕에 우리의 첫 매장을 오픈하는것이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우리는 소호에 위치한 설리번 스트릿에 매장을 세우고 사무실을 열었죠. 소호는 그 당시에도 굉장히 멋진 곳이었어요. 하지만 골목마다 분위기가 그렇게 다를줄은 몰랐습니다. 그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했습니다. 그 때 저질렀던 실수에서 배웠던 교훈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줬다고 믿어요.
다이키씨의 엔지니어드 가먼츠(Engineered Garments)는 뉴욕에서 아주 큰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그 날들을 뒤돌아 보셨을텐데 기분이 어떠세요?
D : 만약 브랜드 설립 초장기에 길에서 우리 옷을 입은 사람을 봤다면, 저는 당장 그 사람에게 달려가 악수를 청했을거에요. 우리는 바이어들을 위한 옷 몇 벌과 함께 브랜드를 시작했었어요. 그렇게 해왔던것이 점점 커져 마침내 단독 전시회를 열기 위해 본격적인 컬렉션을 만들었죠.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엔지니어드 가먼츠입니다.
K : 옷들의 품질이 높아지면서 엔지니어드 가먼츠 또한 안정적인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그 후 뉴욕에서 열린 트레이드쇼에 참가하기도 했고, 이탈리아의 남성복 박람회인 삐띠 워모(Pitti Imagine Uomo)에도 참가했었죠. 그 곳에서 많은 국적의 바이어들로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스타일이 그 당시 시장의 동향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생각에 엔지니어드 가먼츠는 아메리칸 클래식 스타일이 유행하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듣기로는 다이키씨는 엔지니어드 가먼츠가 의류 브랜드로 불리울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하던데요.
D : 이전에는 주문식으로만 옷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때는 자체적인 제품으로만 사업을 운영할 수 있을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저는 처음에 우리 가게에서는 우리 옷들의 비중이 최소 10%는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가게의 모든 물건들이 저희의 이름으로 만들어지죠. 저에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다이키씨는 다음 컬렉션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하는 디자이너로 거듭났군요.
D : 제가 해야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매우 즐겁게 하고 있어요. 지금처럼 성장할 것을
기대하면서 이 일을 시작했으니까요. 제가 어렸을 때는 시도할 기회조차 없었어요. 세월이 조금 흐른 후에는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겼고 그걸 즐겼죠. 닥치는대로 다 해본 것 같아요. 제 욕망들을 모두
털어놓았죠. 조금 무서웠지만 대부분 즐기며 했던 것 같아요. 가능성 여부는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것들을 해야만 했어요. 울리치 울른 밀스(Woolrich Woolen Mills)를 맡아 디자인 했을 때 정말 압도되는 분위기에서 일을 했죠. 만약 우리 브랜드들을 위한 제 디자인이 실패했다면 "뭐.. 헛된 노력이었구나.."라고 말하고 싶었겠지만 그것이 다른 회사를 위한 디자인이었다면 그렇게 되게끔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책임감을 더욱 더 가져야 하죠.
K : 그렇게 두지는 않을겁니다 (웃음)
엔지니어드 가먼츠와 함께 시미즈씨가 만드는 니들즈(Needles)는 특히 뮤지션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K : 저는 항상 음악가들과 음악에 큰 영감을 받으며 브랜드 운영에 집중해왔기 때문에 그들이 니들즈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것에 크게 놀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힙합이나 R&B 장르의 가수들은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이해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죠. 그리고 재즈 뮤지션들이 옷을 입는 방식은 저를 항상 매료시켰습니다. 아주 멋지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D : 드디어 이런 날이 오는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요즘 세대들 또한 니들즈라는 브랜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시미즈상의 니들즈는 펑키하다고 표현할 수 있죠.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정말 멋진 브랜드인 점은 분명합니다. 저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는걸 알고 있었어요.
K : 저는 앞을 내다보고 옷을 디자인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의 관점이나 세계관은 브랜드를 시작할때와 많이 바뀌지 않았어요. 아직도 트랙팬츠를 비롯한 시그니쳐 아이템들을 만들고 있죠. 약 1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네요. 요즘에서야 아주 많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지만, 이 아이템들은 니들즈 고유의 스타일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반면에 사우스2 웨스트8(South2 West8)은 텐카라 낚시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죠. 새로운 패션 분야로의 탈바꿈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D : 처음에 기획했던 엘엘빈(L.L.Bean)과 비슷한 방향의 컨셉도 참 좋았지만. "FISH AND BIKE"라는 테마에 집중했던것이 결국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계속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어요.
K : 제 취미인 낚시로 컨셉을 잡아 브랜드를 진행해보려 했고 굉장히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려 했습니다.
그러다가 텐카라 낚시(Tenkara Fly Fishing)라는 낚시의 한 종류로 자세한 컨셉을 정했고 "FISH and BIKE"라는 슬로건을 정했습니다. 물론 기능적인 부분이 제일 중요시되었지만 컨셉 이전에 패션 브랜드이기 때문에 동시에 멋있어 보여야 했죠. 그 균형을 맞추는것에 굉장히 집중했습니다. 네 느끼셨겠지만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웃음)
30년동안 엔지니어드 가먼츠, 니들즈, 사우스2 웨스트8는 네펜데스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브랜드들이 가져온 변화에는 어떤것들이 있을까요?
D : 처음에는 미국 및 유럽에서 수입해온 의류들을 고객들에게 소개하는것에 주력했습니다. 여전히 그렇게 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가 만든 브랜드들을 소개하는 것에 대한 반응이 좋은건 사실입니다. 굉장히 뜻밖의 결과였어요. 하려했던 일을 할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더군요.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때도 크게 체감이 되진 않았습니다.
K : 해외에서 찾을 수 없는 제품들을 우리가 직접 만든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지금의 비율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내년에 새롭게 오픈할 예정인 런던 스토어에서도 네펜데스의 철학을 전파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런던 스토어를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런던 스토어만의 컨셉은 있을까요?
K : 우리 제품을 소개하는 유럽 리테일러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네펜데스가 유럽에서 가지는 입지는 확고해졌습니다. 네펜데스의 30주년이 이 계획을 실행할 아주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네펜데스의 런던 스토어는 모든 네펜데스 스토어들이 혼합된 느낌을 줄 것 입니다. 유스턴(Euston)의 오래된 쇼핑거리에 우리의 스토어를 열 것이고 전통적인 영국식 인테리어에 일본만의 요소들을 더해 완성시킬 것 입니다. 많은 고객들이 좋아할거라고 확신해요.
D : 이 프로젝트는 분명히 환상적일거에요. 뉴욕에서 시작한 우리 프로젝트의 다음은 런던이 될 겁니다.
여러 국가에서 네펜데스를 소개하는 건 우리만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들은 시미즈상은 매번 해냅니다. 시미즈상은 항상 남들보다 빠르게 시대에 앞서 이런것들을 진행해요. 저는 그 점을 매우 좋아합니다.
벌써 인터뷰가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네펜데스의 30주년 기념일에 두 분은 무엇을 하고 싶나요?
D : 전에 가보지 못한곳에 방문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나 홍콩 그리고 대만같은 아시아 국가에 단 한번도 방문하지 못했거든요. 싱가포르나 베트남같은 국가도 마찬가지에요. 그리고 일본의 지방 도시를 여행하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가보지 못한 장소들이 많더라구요. 알려지지 않은 곳을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최근에는 기회가 전혀 없었네요. 여행을 하면 저는 굉장히 활발해지는 성격이라 시간을 내서 여행을 가고 싶어요.
S : 도쿄 올림픽을 무조건 볼 생각입니다. 조금 전에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저는 제가 하고싶은 일은 전부 해왔어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것들은 최선을 다해서 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이키처럼 저도 일본의 지방도시를 방문해볼 생각입니다. 사업차 많은 국가들을 방문했지만 정작 일본을 여행할 기회는 없었어요. 홋카이도가 제가 생각하는 첫번째 여행지입니다. 어렸을 때 일본의 지방도시들은 저에게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지금 방문한다면 분명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네펜데스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K : 항상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벌써 30년이 지났지만 저희는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화려한" 방식으로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것입니다. 다시 한번 저희를 지지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D : 30년이라는 세월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고 생각해요. 아주 많은 시행착오 또한 겪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네펜데스를 지지해주는 고객들이 없었다면 해낼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네펜데스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발전해나갈 것입니다. 저 또한 기대하고 있어요.